동봉철 감독의 진심 “女 선수들, 직업으로 야구할 수 있도록…”

입력 2017-08-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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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제 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7‘ 한국(KOREA)과 한국(WBAK)의 5, 6위 순위 결정전 경기가 열렸다. KOREA 동봉철 감독(오른쪽 2번째)이 1회초 무실점으로 막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제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마지막날 순위결정전이 열린 28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 5~6위전을 마친 뒤 만난 한국여자야구대표팀 동봉철(47)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끝까지 집중해줘서 고맙다”며 “더 중요한 대회가 남아있으니 절대 다치지 말자”고 강조했다. 전날(27일) 대만전에서 주전 포수 이빛나가 안면 골절상을 당한 데 따른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2018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야구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2017 제1회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야구 아시안컵(9월 2~7일·홍콩)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동 감독은 여자야구의 미래에 대해 가장 먼저 고민했다.

28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제 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7‘ 한국(KOREA)과 한국(WBAK)의 5, 6위 순위 결정전 경기가 열렸다. 2회말 무사 2, 3루에서 KOREA 김지혜가 1타점 희생플라이를 치고 난 뒤 동봉철 감독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직업으로 야구할 수 있었으면…”

동 감독은 이번 대회를 돌아보며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자야구가 엘리트 스포츠로 발전하는 것이 숙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자야구 강국인 일본과 대만 등을 따라가기 위해선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 대부분이 생업과 야구를 병행하고 있다. 평일에는 각자 일과 학업에 주력하고 주말에 야구공을 잡는다. 그러다 보니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부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동 감독은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부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표팀 에이스 김라경(17)을 이번 대회에 타자로만 내보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에서 여자야구선수로 롱런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소프트볼처럼 실업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야구선수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전무하다. 동 감독도 “우리 팀에 야구선수를 직업으로 원하는 선수들이 3분의 1은 되는데, 실업팀이 없다”며 “선수들을 지도해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열정이 대단하다. 선수들이 직업으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리틀야구에도 실력이 뛰어난 여자선수들이 많은데, 그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제 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7‘가 개막했다. 한국이 홍콩에 9-8로 승리한 뒤 동봉철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한 뼘 더 자란 ‘지도자 동봉철’

동 감독은 2011~2012년 경찰야구단(경찰청) 코치로 지도자를 경험했다. 그러나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남자팀과 다른 환경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덕분에 ‘원 팀’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내가 가장 많은 실수를 했다”고 돌아보며 “여자대표팀을 처음 맡아 시간제한과 선수 기용 등에 실수가 많았다. 매 순간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5위로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2015년 제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터라 그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대했지만, A조 3위로 5~6위전에 진출한 뒤 이날 주성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B팀(WBAK)을 4-0으로 꺾으며 5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동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 강팀을 상대로 실수를 하면서도 발전하고 있다”며 “팀이 점점 끈끈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아시안컵은 물론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이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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