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GM 新지형도, KBO의 다카다는 누구?

입력 2017-12-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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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다카다 시게루 단장(왼쪽). 사진제공|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재생불능의 팀처럼 여겨졌다. 200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가을야구를 한 번도 못했다. 이 기간 센트럴리그 꼴찌만 10번 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5시즌 연속 꼴찌였다. 이런 팀이 2017시즌 일본시리즈까지 나갔다. 3위로 출발한 클라이맥스시리즈에서 2위 한신, 1위 히로시마를 연파했다. 일본언론은 ‘하극상’이라 불렀다. 비록 일본시리즈에서도 막강 소프트뱅크를 만나 3연패 뒤 2연승 후 6차전을 아깝게 내줘 패했다. 요코하마의 ‘반전’에는 다카다 시게루 단장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일본에서 보기 드문 야구인 출신 단장의 성공사례다.

다카다는 단장으로서 니혼햄에서 족적을 남겼다. 트레이 힐만(현 SK 감독)이 2006~2007년 니혼햄을 퍼시픽리그 우승(2006년은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의 단장이 다카다였다. 이후 다카다는 야쿠르트 감독으로 부임, 현장으로 돌아갔으나 3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에 요코하마 단장으로 다시 옮겼다.

사실 야구인 출신 단장은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세가 강하다. KIA가 조계현 수석코치를 단장으로 임명하며 KBO 10개 팀 중 7팀이 야구를 해본 단장을 선택했다. 그러나 두산 김태룡 단장을 제외하면, 검증을 통과한 이는 아직 없다. 구단이 단장 중책을 맡긴 배경도 저마다의 의도가 다르다.

넥센 고형욱 단장-NC 유영준 단장-KIA 조계현 단장-삼성 홍준학 단장(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넥센 히어로즈·NC 다이노스



● 분할형 GM vs 조력형 GM

선수 몸값이 천정을 뚫고 치솟을수록 프런트의 혜안이 필요하다. 야구인 출신 단장의 필연성이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한화 박종훈 단장, SK 염경엽 단장, LG 양상문 단장 등은 감독 출신이다. 감독의 권한을 인정 혹은 제한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메이저리그 스타일 프런트 오피스에 가깝다. 감독 출신 단장의 상징성은 아니겠지만 넥센 고형욱 단장, NC 유영준 단장도 이런 방향성을 지향하는 쪽이다. 김기태 감독의 지지 아래 조계현 수석코치를 프런트 수장으로 부른 KIA는 현장과의 일체감, 조력에 방점을 찍었다. 비(非) 선수 출신 단장을 둔 kt, 롯데, 삼성도 대개 이런 노선이다. 공교롭게도 이 3팀은 스토브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공세적이었다.

한화 박종훈 단장-SK 염경엽 단장-LG 양상문 단장(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한화 이글스



● 선수 출신 GM, 롱런의 조건

커리어가 아무리 화려해도 선수 출신 단장은 프런트 초보다. 태생적으로 사무직에 익숙하지 못하다. 프런트 실무진의 보좌를 잘 받지 못하면 생소한 정무적 판단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운영과 육성에는 강점을 갖지만 마케팅, 홍보 등의 영역은 다루기 쉽지 않다. 단장=운영, 사장=마케팅의 구조로 프런트 업무가 이원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선수 출신 단장들 사이에서도 성과는 갈릴 것이다. 지금은 대세여도 트렌드는 언젠간 바뀐다. SK 민경삼 전 단장, 두산 김태룡 단장은 역설적으로 야구인 출신이라는 색깔을 내세우지 않고, 낮은 자세로 프런트 업무를 대했기에 장수할 수 있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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