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윤성빈은 과학의 집합체

입력 2018-01-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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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환경에서 최상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선수들에게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윤성빈이 출전할 스켈레톤은 경기장의 기온이 영하 7도일 때 가장 최고의 기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썰매 종목은 선수의 기량이 첫 번째지만 장비의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 스켈레톤은 형제 종목인 봅슬레이와 비교해도 헬멧과 유니폼에 더 세심한 정성이 필요하다.

썰매는 특히 과학의 집합체다. 스켈레톤은 길이 1m 안팎의 납작한 썰매를 밀고 달려 엎드려 탑승한 뒤 1200~1500m의 트랙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썰매 무게는 대개 33㎏이하가 일반적이다. 33㎏을 초과하면 선수의 몸무게와 더한 총합을 115㎏이하로 제한한다.

윤성빈(24·강원도청)은 스타트 능력에서 세계 최강이다. ‘신성’으로 불리며 세계랭킹 1위로 뛰어오른 비결이다. 매일 윗몸일으키기 1000개를 하며 단련한 근력으로 출발과 함께 썰매와 달려 가속도를 붙인다. 다른 경쟁 선수들에 비해 주행경험이 부족하지만 ‘과학’이 그 유일한 단점을 채우고 있다.

이세중 SBS 스켈레톤 해설위원은 “스켈레톤은 브롬리와 슈나이더 썰매가 가장 유명하다. 윤성빈은 브롬리 썰매를 탄다. 세계 3대 썰매 제조사를 운용하고 브롬리 형제의 둘째 리처드 브롬리가 바로 윤성빈의 코치다”며 “윤성빈은 코스 이해도와 주행실력이 굉장히 좋아졌다. 브롬리의 작품으로 봐도 된다. 절대적인 존재다. 온도, 습도에 따라 썰매의 날을 정확하게 선택해 장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롬리 코치는 2014년부터 윤성빈의 장비 담당 코치를 맡았고 세계랭킹 22위권이었던 윤성빈은 주행능력의 향상과 함께 세계 최정상급으로 우뚝 섰다. 브롬리 코치의 장점은 즉석에서 썰매의 미세한 수정 작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직접 제작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세심한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브롬리 코치의 형 크리스티안 브롬리는 영국대표팀 코치로 활약 중이다.

윤성빈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썰매 날을 5개에서 10개로 늘렸다. 이세중 위원은 “춥고 건조한 날, 춥고 습한 날, 안 춥고 건조한 날, 안 춥고 습한 날, 0도부터 영하 2.5도, 7.5도, 10도에 맞춰 브롬리 코치가 다 날을 달리 선택한다”며 “날은 활처럼 휘어있다. 휘어진 각도가 클수록 마찰이 줄어들어 속도가 빠르지만 그만큼 불안정하다. 정상급 선수들은 날의 휘는 각도에 대한 선택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윤성빈의 주행 속도는 최고 시속 145.44㎞다. 프로야구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에 못지않은 빠르기다. 그만큼 얼음 상태와 날의 아주 미세한 차이가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켈레톤은 썰매 날 하단의 홈과 에지를 무릎으로 눌러가면서 조종한다. 얼음 상태에 최적화된 날을 장착 할수록 조종도 수월하고 속도도 빨라진다. 규정상 경기 시작 45분전까지 날 세팅을 완료해야 하며 한번 장착한 뒤에는 2차 레이스까지 교체가 불가능하다. 그만큼 장비 담당 코치의 판단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켈레톤은 썰매 안에 탑승하는 봅슬레이와 달리 선수가 밖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주행하기 때문에 유니폼과 헬멧에서 큰 차이가 있다.

헬멧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폼은 얼음 조각이나 칼날에서 보호받도록 매우 두꺼운 특수 재질의 섬유를 쓴다. 윤성빈은 국내 기업인 에이치제이시 헬멧을 쓴다. 유니폼은 아디다스가 제작한다. 신발은 스타트를 돕기 위해 발끝에 금속재질이 박혀 있다.

윤성빈은 최고의 운동능력을 갖고 있다. 스켈레톤에 최적화된 순발력과 담력을 갖췄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스켈레톤이 주는 공포감은 롤러코스터보다 더 극심하다. 정상급 선수들도 하루 2~3차례만 주행훈련을 하는 이유다.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썰매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체력소모가 크고 정신적으로도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성빈은 최근 하루 9차례나 주행훈련을 소화하기도 했다. 투지와 승부욕이 없으면 불가능한 훈련양이다.

그러나 스켈레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기 매우 힘든 종목이다. 썰매가격만 2000만원에 이른다. 유니폼도 모두 맞춤 제작이다. 장비 코치와 엔지니어에게 지급하는 보수와 장비 관리에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는 탐험가 옆에 길잡이 셀파가 있듯이 윤성빈에게도 든든한 후원기업이 있었다.

LG전자는 종목 이름조차 생소했던 2015년부터 스켈레톤 대표팀과 윤성빈을 후원해왔다. 여전히 메인 스폰서로 국내외 전지훈련 및 장비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LG전자와 함께 국민은행, 포스코대우가 윤성빈을 후원하고 있다. 윤성빈은 유니폼에 해당 기업 로고를 부착하고 전력을 다한 스타트로 보답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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