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2번타자>5번타자’ KBO리그, ‘강한 2번’ 현실로

입력 2018-04-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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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KIA 버나디나-롯데 손아섭-kt 강백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더 이상 연결고리가 아니다. 말 뿐이던 ‘강한 2번타자’가 올해 KBO리그에서 비로소 현실로 탈바꿈 중이다. 개막 초반이지만 리그 대표 타자들이 2번타순에 배치되면서 이들의 생산력이 5번타순의 몫을 뛰어넘고 있다.

과거 2번타자의 최대 덕목은 ‘작전수행 능력’이었다. 1회 선두타자가 출루하면 2번타자에게 번트나 히트앤드런 등 작전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동봉철, 박종호(이상 은퇴), 조동화(SK) 등이 최고의 2번타자로 꼽혔다.

변화의 시작점은 메이저리그다. ‘세이버매트릭스’의 영향으로 2010년대부터 2번타순에 강타자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생산성이 높은 타자가 한 타석이라도 더 많이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였다. 3번타자부터 9번타자는 무슨 수를 써도 2번타자보다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없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등 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2번타자를 맡는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KBO리그도 수년 전부터 ‘강한 2번’이 종종 언급됐다. 타고투저 흐름에서 한 점을 짜내기 위한 2번타자의 작전수행 능력은 가치가 떨어졌다. 올해부터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16일까지 리그 2번타순의 OPS는 0.814다. 3번(0.844)과 4번(0.990), 6번(0.849) 다음 네 번째다. 5번타순(0.785)을 제친 건 물론, 리그 평균(0.782)을 상회한다. 2번의 OPS가 5번보다 높은 시즌은 1988년 이후 30년 만이다. 면면도 화려하다. 김현수(LG), 로저 버나디나(KIA), 손아섭(롯데), 강백호(KT) 등 팀의 대표 타자들이 2번을 도맡는다.


KBO리그에서 강한 2번을 최초 도입한 건 LG 류중일 감독이다. 류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 박한이를 2번타순에 주로 기용했다. 또한 201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강정호에게 2번타순을 맡겼다. 류중일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2번타자는 장타력이 있는 선수다. 번트를 잘 대는 선수보다는 생산력이 있는 타자가 2번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김진욱 감독은 ‘특급 신인’ 강백호를 2번타순에 배치한다. 김 감독은 “멜 로하스~윤석민~유한준~황재균~박경수까지 뒷 타자들이 한 방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투수들이 (강)백호한테 정면 승부를 한다. 자기 타격을 할 수 있는 요건이다”고 설명했다. 강백호는 “2번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가는데, 더 자주 쳐서 오히려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답은 없지만 대량득점이 빈번한 리그 분위기에서는 강한 2번이 매력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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