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감격의 올스타’ 서균의 사모곡, 그리고 한 장의 각서

입력 2018-07-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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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서균. 스포츠동아DB

“올스타라고 까불면 돼? 안 돼?”


한화 서균(26)은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올스타전 팬투표가 한창일 때 한 선배로부터 장난 섞인 꾸중을 들었다. 이에 서균은 특유의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때만 해도 ‘별들의 축제’인 올스타전에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서)균이가 정말 착했다. 불러서 얘기를 하면 눈만 깜박거렸을 정도다.” 서균의 입단 첫해였던 2014년, 한화 2군 감독이었던 이정훈 현 스카우트팀장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그랬던 서균이 당당한 올스타로 거듭났다. 팬투표(70%) 41만7860표와 선수단 투표(30%) 69표를 더한 총점 40.63점을 획득, 나눔올스타 중간투수 부문 1위로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올스타전 그라운드를 밟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영광인데, 팬과 선수들의 손으로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을 확정했다는 사실은 서균에게 엄청난 영광일 터다. 소감을 묻자마자 “가문의 영광”이라는 답이 돌아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팬투표 중간집계 1위를 달리고 있을 때 “(올스타전은)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정말 큰 무대다. 뽑힌다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던 그의 말 마디마디가 떠올랐다.


한화 서균. 스포츠동아DB


● “6월 부진에도 뽑아주신 게 더 감사하다”


서균은 올 시즌 개막 후부터 5월 19일 잠실 LG전까지 24경기(15.1이닝) 연속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가며 큰 관심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팬들로부터 ‘제로맨’으로 불렸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는 확실히 막아낸다는 믿음이 강했다. 그러나 6월에는 5월까지 보여줬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 나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6월 이후 12경기에서(7일 현재) 서균의 성적은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59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균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73으로 준수하다. 최고구속은 14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공 끝의 움직임이 좋은데다 구종도 다양해 좌타자를 상대로도 피안타율 0.067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가 좌타자에 약하다는 인식을 스스로 지운 셈이다. 서균은 “6월에 좋지 않았음에도 투표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내가 올스타전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 확정되고 나니 정말 가문의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화 서균. 스포츠동아DB


● 어머니의 전문가급 조언, ‘올스타’ 서균을 키웠다


서균은 인터뷰 내내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육상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전문가급 조언’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지금도 골프와 볼링 등을 즐기신다. 그래서인지 조언을 자주 해주신다. ‘왼 다리를 확실히 착지하고 던져라’, ‘몸에 순발력이 떨어진 것 같다’, ‘팔이 제대로 안 나온다’고 잔소리를 하신다. 내가 사이드암 투수로 정착하게 된 계기도 어머니의 조언 덕분이다. 어린 시절에는 내야수였는데, 사이드로 송구하는 게 편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의 권유로 사이드암 투수가 됐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꼭 투수를 하라’고 하셨는데, 대학(원광대) 4학년 때 팀이 우승하고 우수투수상까지 받았다.” 어머니의 조언으로 사이드암 투수가 됐고, 지금은 그에 맞는 제구와 감각까지 장착하면서 전성시대를 연 셈이다.


한화 서균. 스포츠동아DB


● 한 장의 각서에 담긴 절실함


어린 시절 서균은 야구에 최적화한 체형이 아니었다. 스스로도 “키가 작고 왜소했다”고 했다. 서균의 아버지가 야구선수의 꿈을 반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구를 하겠다”던 서균에게 “야구를 포기하면 집을 나가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했을 정도다. 이는 서균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힘든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최근에 체력이 떨어진 것은 내가 몸 관리를 못 한 탓이다. 다행히 단거리를 전력으로 달리면서 감이 많이 돌아왔다”며 “올스타가 됐다는 소식에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나도 무척 설렌다”고 환하게 웃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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