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 녹인 KLPGA 스타들

입력 2017-1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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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위 여왕들이 훈훈한 나눔을 통해 올겨울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KLPGA 소속선수 30여명은 21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의 한 마을에서 연탄을 배달하며 도움을 펼쳤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연탄 한 장 더 올려도 되겠는데요?” “언니, 우리 속도가 너무 빠르대요!”

2017년 녹색 필드를 빛냈던 여왕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조용한 산자락을 감쌌다. 두 손엔 익숙한 골프채가 아닌 검은색 연탄 하나씩이 들려있었고, 온몸은 귀마개와 목도리로 완전무장을 마친 상태였다.

21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의 한 산동네.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느낌마저 들던 이곳이 오전부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하나다. 한겨울을 지내는 삼성동 주민들에게 소중한 연료로 쓰이는 연탄을 직접 나르기 위해서였다.

KLPGA 연탄 나눔 봉사활동.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올겨울 다양한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진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이날 소속회원들과 함께 마지막 행사에 나섰다. 이날 연탄배달 봉사활동에는 1부와 2부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 22명을 비롯해 티칭프로, 준회원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오전 10시에 모두 모인 이들은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관계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연탄의 쓰임새는 물론 안전한 배달방법을 정성껏 배웠다.

이 관계자는 “연탄 하나의 무게가 3.6㎏ 정도가 나간다. 몸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8가구에 연탄을 배달하면 된다”고 설명했고, 이내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케이(K)팀과 버디팀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처음부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대부분은 연탄배달이 처음인 터라 서툰 장면이 많았지만, 특유의 운동신경을 발휘해 감각을 몸에 익혔다.

연탄 두 장 정도는 가뿐하다는 듯이 “한 장 더 올려주세요. 4장까지도 들을 수 있어요”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나왔다. “언니, 우리 속도가 너무 빠르대요”라며 템포를 조절해 달라는 이야기도 간간이 들려왔다. 덕분에 약 1700장의 연탄은 예정된 2시간보다 30분 빠르게 8가구에 배달 완료됐다. KLPGA는 E1 채리티 오픈을 통해 조성된 자선기금 400만원과 800만원 상당의 동계용품도 함께 전달했다.

21일 KLPGA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참가한 김은영 프로가 관계자의 짓궂은 장난에도 활짝 웃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가장 눈에 띄는 참가자는 김은영(38) 티칭프로였다. 9년째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프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탄 나눔에 임했다. 관계자가 연탄재를 본인의 얼굴에 묻히는 장난에도 활짝 웃으며 봉사를 이어갔다. 행사가 끝난 뒤 만난 김 프로는 “다른 봉사활동은 몇 차례 경험했지만 연탄배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삶의 태도를 다시 한 번 가다듬기 위해서 이번 봉사에 자원했다. 보람도 느끼면서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19일에는 배선우가 대표로 세브란스 어린이 암병원학교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 KLPGA


사실 KLPGA 선수들의 뜻 깊은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겨울 봉사활동 기간 어린이암병원학교와 복지관 등을 찾아 작은 도움과 따뜻한 손길을 건넸다. 배선우(23) 등 스타플레이어는 물론 각종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참여해 훈훈함을 더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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