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불멸의 주희정 “1500스틸? 우승보다 좋으랴”

입력 2017-01-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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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주희정. 스포츠동아DB

1500스틸 대기록 팀 패배로 아쉬움 반
팀 승리가 더 중요 올 시즌이 우승 적기

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주희정(40·삼성)은 17일 창원체육관에서 벌어진 LG와의 원정경기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경기 종료 2초를 남기고 LG 김종규가 코트 밖으로 몸을 날리며 살려낸 볼을 가로챘다. 주희정의 개인통산 1500번째 스틸이었다. 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KBL은 역대 최초로 1500 스틸을 달성한 주희정에게 상금 100만원과 트로피를 수여할 계획이다.

삼성 주희정. 사진제공|KBL



● 1500스틸, 1000경기 못지않은 ‘불멸의 기록’

주희정은 지난해 12월 23일 KGC와의 원정경기에서 정규리그 통산 10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최소 10∼20년 동안은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평가 받는다. 스틸 기록도 마찬가지다. 국내프로농구 사상 1000 스틸을 넘긴 선수도 주희정뿐이다. 2위는 917개의 김승현(39·은퇴)이다. 17일까지 현역선수 중에선 791스틸의 양동근(36·모비스)이 2위다. 주희정과 무려 709개차다. 경기당 1.57스틸을 올린 양동근이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452경기를 더 뛰어야 1500스틸에 도달할 수 있다. 앞으로 9시즌 가깝게 더 뛰어야 한다. 양동근의 나이를 고려하면 쉽지 않다.

주희정의 스틸 방식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20대에는 드리블을 하는 상대의 볼을 빼앗는 경우가 많았다면, 노련해진 30대에는 패스의 흐름을 예상하고 가로채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도움수비를 할 때 볼을 가진 선수의 시선을 살피고 패스 경로를 예상한다. 또 상대가 어떤 패턴을 쓰는지 살피면서 경기 흐름을 읽는 편이다. 경기를 뛰면서 익힌 노하우다”고 밝혔다.

주희정의 어시스트 기록도 ‘불멸’이다. 통산 5355어시스트를 기록 중인데, 이 역시 당분간은 깨질 일이 없다. 현역선수 중에선 통산 4000어시스트에 이른 선수조차 없다.

삼성 주희정. 스포츠동아DB



● “개인기록 이룰 것 없어…팀 우승 맛보고 파”

1500스틸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팀이 73-92로 대패했기 때문이다. 주희정은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 중요한 스틸이 나왔으면 했는데, 크게 지고 있다가 나와서 아쉽다. 팀 승리가 따라야 기록도 빛나는 법”이라고 말했다.

주희정은 개인기록으로는 이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 최다경기, 최다어시스트, 최다스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도 한 차례씩 경험했다. 2013∼2014시즌에는 우수후보상도 받았다. MVP를 차지한 뒤 식스맨에게 주어지는 우수후보상을 받은 것도 그가 유일하다.

이제 주희정이 원하는 것은 팀 승리와 우승뿐이다. 그는 2000∼2001시즌 삼성에서 한 차례 통합우승을 경험했다. 온갖 불멸의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우승은 어느덧 16년 전 일이 됐다. 주희정은 “지금은 후배들을 돕는 입장이지만, 전성기를 누린 삼성에서 또 한 번 우승을 경험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승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우리 팀 구성이 좋다. 올 시즌이 좋은 기회다”며 우승을 향한 목마름을 나타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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