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PO행’ 서남원 감독 “몇 승이나 할까 걱정했는데…”

입력 2017-03-1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꼴찌 후보’ 인삼공사를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로 이끈 서남원 감독은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삼공사로 부임한 뒤 겪은 어려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규리그에서 기적을 일으킨 서 감독은 이제 ‘봄 배구’에서 또 한 편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처음에는 몇 승이나 할까 걱정했죠.”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현대건설전 3세트가 끝난 직후였다. 4위(승점 41) 현대건설이 먼저 두 세트를 허용하면서 3위 인삼공사(승점 44)와 차이를 극복할 수 없게 됐다. 인삼공사가 3시즌 만에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한 순간이다. 연락이 닿은 인삼공사 서남원(50) 감독의 목소리는 감격에 차 있었다. 그는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우리 선수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선수 구성조차 힘들었던 시즌

그는 2015~2016시즌이 끝나고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았다. 야심 차게 시즌을 시작하려 했지만, 여러 악재가 그를 괴롭혔다. 수년간 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레프트 백목화와 이연주가 실업무대로 떠났다. 그 당시만 해도 둘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았기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게다가 트라이아웃 1순위로 선발한 외국인선수 사만다 미들본도 개인사정을 이유로 계약하지 못했다. ‘베스트 6’를 구성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대체선수인 알레나 버그스마가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고 하지만, 국내선수진은 물음표 투성이었다. 배구계에서 “인삼공사가 PO 경쟁을 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임 첫해부터 팀을 PO로 이끌며 우려를 기우로 바꿨으니 기쁨은 두 배였다.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 백목화, 이연주의 이탈 등으로 정말 힘들었다. 세터였던 한수지가 센터로 전향했고, 장영은과 최수빈, 김진희 등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는 선수들로 팀을 꾸려야 했다. 처음에는 몇 승이나 할까 걱정했다.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이런 결과를 만든 것도 선수들이다. 각자 자기 역할을 잘해서 좋은 경기를 했고, 이런 기회를 잡았다. 선수들이 정말 대견하다.”

스포츠동아DB



● 패배의식 떨쳐내니 ‘원 팀’이 됐다

인삼공사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휩싸여있었다. 2013~2014시즌 외국인선수 조이스 고메즈의 활약을 앞세워 PO에 진출했지만, 2014~2015·2015~2016시즌에는 2시즌 연속 꼴찌에 머무르며 15승(45패)을 거두는 데 그쳤다. 선수들은 무기력증을 떨쳐내지 못했다. 27경기만 뛰고도 팀 공격점유율 44.7%를 기록한 헤일리 스펠만에 대해선 동정론까지 일었다. 서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선수들의 의식 변화를 위해 노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 감독이 진심으로 다가가자 굳게 닫혀있던 선수들의 마음도 열렸다. 계속된 패배와 압박감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세터 이재은, 레프트 김진희 등은 ‘왜 배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알레나는 ‘원 팀’을 만들기에 최적화된 외국인선수였다. 젊은 선수들이 흔들릴 때 멘토 역할까지 자처했을 정도다. 한 배구인은 “알레나는 인삼공사에서 몇 년은 뛴 선수 같다”고 했다.

“시즌 중반에 잘 나갈 때도 ‘PO 진출 욕심은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만 해도 ‘흥국생명과 기업은행, 현대건설이 PO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선수 구성상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2년 연속 꼴찌를 했던 팀이라 가장 먼저 선수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완전히 떨쳐낸 것 같아 뿌듯하다.”


● PO는 보너스 게임, 기적을 일으키자

서 감독은 11일 기업은행전이 끝난 직후 선수들에게 외박을 줬다. PO 1차전이 열리는 18일까지 1주일의 시간이 있었기에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였다. 12일 GS칼텍스-현대건설전은 숙소에서 혼자 지켜봤다. 그는 “선수들이 어디선가 모여서 기뻐하고 있겠죠”라며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PO는 보너스 게임이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최선을 다해서 기적을 쓰길 바란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