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변화구 그립에도 지식재산권이 있을까?

입력 2017-07-13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는 ‘변화구 바이블’이라는 책을 냈다. 개인의 창의적인 지적활동의 결과물을 보호하는 것이 지식재산권이다. 그렇다면 변화구 구종도 법적으로 보호가 되는 창작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똑같이 쥐고 던져도 연습에 따라 차이
동일한 방식이 동일한 결과 보장 안해
스포츠 창작물, 발명으로 보기 힘들어


야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구종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직구다. 가장 단순한 구종이지만 가장 빠르게 던지는 것이 중요했던 시절이다. 야구가 점차 보급되면서 ‘어떻게 하면 타자를 속여서 칠 수 없게 만들까’라는 고민이 싹텄다. 그래서 탄생한 구종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마구라는 커브(curve)다. 윌리엄 캔디 커밍스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커브를 앞세워 4년간 124승을 올렸다. 해마다 31승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승수다.

현대적인 축구 규칙은 1925년 6월 시작됐다. 오프사이드 규정을 ‘패스 시점에 최종 2번째 수비수(골키퍼 포함)보다 골라인 쪽에 가까이 있을 경우’로 개정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 속도가 빨라졌다. 자연스럽게 골도 늘어났다. 이후 아스널 허버트 채프먼 감독이 새로운 포메이션을 만들었다. 바로 WM 포메이션이다. 바야흐로 전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농구의 수비법에는 기본적으로 대인방어와 지역방어가 있다. 그런데 개인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나타나면서 대인방어와 지역방어를 혼합한 수비법이 등장했다. 4명이 박스 형태로 지역방어를 하고, 1명이 상대방 에이스를 대인방어하는 박스 앤드 원(Box and One), 3명이 삼각형으로 지역방어를 하고, 2명이 상대방 에이스 2명을 대인방어하는 트라이앵글 투(Triangle Two) 등이다.

이처럼 종목마다 새로운 구종이나 전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단순히 노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생각과 시도를 결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낳고 있는 것이다.


● 새로운 그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습

우리 헌법은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창작된 결과물의 재산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적 창작물을 보호하고 있다.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헌법 제22조 제2항). 이처럼 사람의 창의적인 지적활동의 결과물을 보호하는 것이 지식재산권이다. 구종이나 포메이션도 창의적인 지적활동의 결과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구종이나 포메이션도 법적으로 보호되는 지적 창작물일까?

텍사스 레인저스 다르빗슈 유는 ‘변화구 바이블’이란 책을 내 수만부를 완판시켰다. 이처럼 글을 쓴 경우에는 저작물로 보호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감독이나 선수가 저작자, 과학기술자, 예술가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스포츠 창작물은 발명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봐야 한다.

발명은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구를 던지는 방법은 어떨까? 볼은 어떻게 잡고,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변화의 형태가 달라진다. 그 방법 자체가 창작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잡는 방법과 던지는 방법을 아무리 알려줘도 누구나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법을 알려줘도 연습에 의한 숙련도에 따라 변화하는 정도는 달라진다. 잡는 방법과 던지는 방법보다는 끊임없는 연습이 더 중요한 것이다.


● 포메이션도 끊임없는 노력이 더 중요

포메이션은 어떨까?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는 점유율에 중점을 두고 짧은 패스를 통해 승리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포항 스틸러스도 이를 모방해 ‘스틸타카’라는 전술을 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일한 방식을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항상 같은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 FC바르셀로나가 티키타카로 얻은 것과 같은 성과를 포항이 이룰 수도 없다. 각각의 선수들이 지닌 기량, 전술의 숙련도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전술이라고 해도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숙련도에 따라서만 비로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포메이션은 이런 노력을 좀더 효율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 스포츠는 땀과 결과가 비례하는 분야

어렸을 때 한 번쯤 누구도 칠 수 없는 마구를 던지거나.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바나나킥을 차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스포츠를 직업으로 삼는 선수라면 더 그렇지 않았을까? 그러나 생각만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창의적인 생각과 더불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법률도 ‘스포츠란 땀을 통해 정직한 결과를 얻는 분야’라는 사실을 선언하고 있는 것 아닐까?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