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다영의 눈물, 이도희 감독의 고백

입력 2018-0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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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을 넘어 한국여자배구의 에이스 세터를 꿈꾸는 이다영은 높은 기대치와 늘 직면해야 할 운명이다. 사진제공|KOVO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22)은 20일 GS칼텍스전 풀세트 패배 직후, 이도희 감독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늘 명랑해보여도 멘토처럼 따르는 이 감독 앞에서는 진심을 드러낸다. 이다영은 “나 때문에 졌다”고 흐느꼈다. 이 감독은 21일 “이다영은 승부욕이 강한 아이”라고 했다. 아직은 패배를 다스릴 연륜이 아니다. ‘현대건설이 이기면 이다영 덕분, 지면 이다영 때문’이라는 여론 속에서 내색하지 않을 뿐 고민이 많다.

이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교체된 뒤 다영이가 더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태국까지 가서 대체선수를 봤음에도 반신반의했다. ‘안 좋은 예감은 적중한다’고, 소냐가 타 팀 외국인선수보다 떨어지자 이다영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현대건설 소냐. 사진제공|KOVO


현대건설과 이다영에게 시련이겠지만 이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다영이에게 좋은 기회다.” 이 감독은 “세터는 ‘나눠야’ 한다. 분배는 경험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제 국가대표팀 세터를 감당해야 할 운명인 이다영에게 지금의 팀 상황은 ‘선행학습’인 셈이다.

이 감독은 “이다영은 이번 시즌이 사실상 첫 시즌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다영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여자배구는 김사니(은퇴), 이효희(도로공사)를 잇는 대형세터를 기다리느라 목이 마르다. 아직 성장 중임에도 체격, 체력, 기술, 멘탈 등에서 경이적인 성장속도를 보여주는 이다영에게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감독은 “김사니, 이효희도 10년차가 지나며 완성됐다. (그 기준에서 보면) 이다영은 욕먹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 기대에 초연할 순 없다. 단 그 무게에 무너지진 말자고 이 감독은 이다영과 다짐한다.

이다영을 대표팀에 내주면, 당장 현대건설은 팀 훈련이 안 될 지경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단호하다. “현대건설에 부임 첫해 내 목표는 이다영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이제 다음시즌 목표는 이다영의 백업세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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