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서동욱의 배움, 김기태 ‘동행 야구’의 힘

입력 2016-10-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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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서동욱.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올해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웠어요.”

올 시즌 KIA에 서동욱(32)이 없었다면 가을야구가 가능했을까. 넥센에서 기회가 사라진 상황에서 시즌 초 조건 없이 KIA로 이적했을 때만 해도 서동욱이 이러한 존재감을 뽐낼 것이라고 믿은 이들은 많지 않았다.

서동욱은 안치홍의 전역 이전 KIA의 고민거리였던 2루수 자리를 채운 것은 물론이고 타선에서도 상하위 타순 어디에 배치돼도 제 몫을 해냈다. 124경기서 타율 0.292·16홈런·67타점으로 데뷔 13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냈다.

사실 ‘멀티플레이어’로 진가를 보이며 LG와 넥센 시절 1군 생활을 했지만, 풀타임 주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이 없었다. 확실한 자기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이후 11년만에 돌아온 친정 KIA에서 ‘늦깎이 주전’으로 기회를 부여받고,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LG 2군 감독 시절 김 감독의 “5년, 10년 뒤 어느 위치에 있을지 항상 생각해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며 온 서동욱은 드디어 반전에 성공했다.

그는 “내가 와서 잘됐다는 얘길 들을 때, 시너지효과가 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항상 감사하다. 그렇게 말씀해주시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가 많이 배운 한 시즌”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1년 내내 강조한 ‘동행 정신’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서동욱은 KIA에 와서 무엇을 배웠을까. 그는 “사실 브렛 필만 봐도 느낀 게 정말 많았다. 필은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배트가 나오는 스타일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타석까지 초구를 친 적도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건 나한텐 없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필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도 LG의 데이비드 허프를 상대로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냈다. 6회 허프를 상대로 뽑아낸 추가점은 선두타자 필의 초구 안타로 시작됐다. 4회와 6회 득점 모두 필로부터 나왔다. 필은 KIA 타자들 중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서동욱은 “필 외에도 올해 우리 팀원들을 통해 배운 게 정말 많다. 좋은 걸 많이 배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서동욱의 말처럼, KIA 선수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걸 배워가며 한층 성장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동행 정신’이 어떻게 실천되는지 보여준 장면이다.

KIA 선수단이 올해 가을야구를 통해 얻은 경험은 가치 환산이 어려울 정도로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내년 시즌 팀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KIA의 ‘동행’은 내년에도 계속 된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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