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SK 나주환, 이렇게 욕심 없는 놀부 보셨나요?

입력 2017-07-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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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나주환은 올 시즌 SK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제2가 아닌 제1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동안이지만 벌써 프로15년차에 30대 중반이 됐다. SK 내야진을 이끄는 안정적인 수비도 만점 활약이다. 스포츠동아DB

SK는 10일까지 47승을 거뒀는데 이 중 가장 많은 결승타를 기록한 선수는 프랜차이즈 타자 최정(9개)이었다. 놀라운 점은 그 다음인데 나주환(33)이 김동엽과 함께 6개로 뒤를 이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나주환이 수비를 뛰어넘어 공격에서도 결정적 공헌을 해준다는 증거다. 나주환이 없었더라면 이 팀이 직면했을 난감함을 떠올려볼 때, 2017시즌 SK의 전반기 숨은 MVP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SK 나주환. 스포츠동아DB



● “SK에서는 베테랑이니까 더 절실하다”

-드러난 타격지표 이상으로 타구 질이 좋아진 듯하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출루하는 야구였다면, 이제 내 스윙을 하는 것 같다. 연습 때부터 그렇게 하다보니까 스윙이 좋아진 것 같다. ‘땅볼로 죽나, 내 스윙을 하고 죽나 똑같다. 그러나 후자일 때 다음 타석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정경배 타격코치님 조언을 들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 갖다 맞추려는 것보다 내 스윙 하고 삼진 먹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다.”


-7월5일 인천 KIA전 8회 2사 만루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싹쓸이 역전 3루타를 쳤다. 결승타가 부쩍 늘었다.

“노림수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요즘에는 2스트라이크까지 노리는 공만 기다린다. 당시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연속 직구 2개가 들어왔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임창용 선배 상대로 볼넷은 쉽지 않다. ‘갖다 맞추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자’고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프로 15년차다. 어느덧 얼굴에도 관록이 묻어난다.(웃음)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수비할 때도 다이빙하는 모습 보여주는 선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SK처럼 선수 순환이 빠른 팀에서 베테랑 역할이 쉽지 않을 텐데.

“다른 팀에 비해 고참이 없는 편이다. 그래도 선후배 사이의 존중에서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주려고 한다. 구단에서 육성하는 선수일지라도 선배들이 더 절실하게 야구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여기서 떨어지면 더 기회가 없을 테니 그런 것 때문에라도 더 잘하고 싶다. SK에서 고참인 주장 (박)정권이 형, (김)강민이 형이 경기 나가지 못해도 후배들 서포트 해주는 모습을 본다. 현실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후배들 위해 해주는 것도 멋있는 일이다.”

SK 나주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내려놓으니 야구가 더 새롭게 다가왔다”

-2017시즌 들어가기까지 주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은퇴까지 고민했다고 들었다.


“진짜 올해 안 되면 그만하려는 생각했었다. 작년에 고메즈가 와서 유격수가 바뀌고, 이번엔 워스라는 선수가 왔다. (박)승욱이라는 키워야 될 선수도 있었다. 백업으로 1~2년 할 수는 있겠지만 ‘내 자리가 많이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해도 1군에서 1000경기를 나가 봤고, 우승도 해봤고, 프리에이전트(FA) 신청도 해봤으니 여한 없는 생각은 있었다. (시즌 준비하며) 천안북일고 후배들하고 훈련 같이 할 때, 마음이 새로워졌다. 여유가 생기더라. 어릴 때는 경기 못 나가면 ‘왜 못 나가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왠지 처음부터 마음이 편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벤치에 있어도, 포지션이 계속 바뀌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경기 내보내주면 ‘좋다. 열심히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임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기회를 잡은 것 아닌가 싶다.”


-KIA 서동욱과 더불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유틸리티 맨이 팀에 꽤 필요한 존재다. (고정 포지션이 없다보니) 오늘의 안타 1개가 아주 소중하다. 반면 수비 실수 했을 때, 정말 힘들다. 팀에 이렇게 주전 못지않게 필요한 존재가 있다는 인식이 적은 현실은 좀 아쉽다.”


-이제 포지션이 바뀌어도 덤덤하겠다.

“외야 빼곤 (포수와 내야 전 포지션에 걸쳐) 다 볼 수 있다. (갑자기 포지션 이동을 지시받아도) 떨리거나 그렇진 않다.”

1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1루에서 한화 김경언 타석 때 SK 이홍구의 부상으로 나주환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서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는 센터라인, 특히 유격수가 약점이라는 지적이 있다.

“(박)승욱이한테 얘기했다. ‘여기서 자리 잡으면 SK 10년 유격수’라고. 유격수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들어올 자리가 아니다. 유격수는 바운드 스텝, 던지는 자세부터 힘든 자리다. 올 시즌 유격수로 나갔을 때는 2~3년 안 했고, 캠프 때에도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편하더라. 3~4경기 만에 몸이 기억하더라.”


-기록을 보면 타율 3할, 20홈런이 가능할 페이스다.

“홈런을 쳐야지, 3할을 쳐야지, 이런 마음 없다. 워낙 방망이 좋은 선수가 팀에 많다. 오히려 삼진 먹으면 괜찮은데 수비에서 실책하면 신경이 더 쓰인다.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가니까 벤치사인 전달도 해주고, 후배들 좋은 플레이 나오면 박수 쳐주는 것이 나의 임무다.”


-몇 년 만에 풀타임을 뛰려니 체력 관리도 중요해졌겠다.

“예전에는 특타 치고 매일 나가도 힘든 것 없었는데, 이제 6~7회 되면 힘들긴 하다. 비타민, 바나나 등 안 먹던 것도 챙겨 먹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량은 많이 줄이고 있다. 방망이 안 치고 게임 들어가는 날도 있다. 단 수비는 3개를 받더라도 펑고를 받는다.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필드 상태라든가 내 몸을 체크하기 위해서라도 수비연습은 한다.”

SK 나주환. 스포츠동아DB



● “놀부? 싫지 않은 별명이지만 욕심 부릴 때 지났다”

-팬들이 놀부라고 부른다. 마음에 드나?


“나쁘지 않다. 놀부라는 별명 자체가 욕심도 있다는 뜻이니까 괜찮다. 밖에서 봤을 때 ‘놀부 같이 안 생겼는데. TV보다 잘 생겼네’라는 얘기 듣는다.(웃음)”


-늘 밝은 얼굴로 허슬플레이를 하는 느낌이다. 천성인가, 노력인가?

“다른 선수들은 실수하면 얼굴에 드러나는데 그런 것 없다. ‘놓칠 수도 있지’ 그러고 넘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해도 ‘집중 좀 해라’ 나한테 한마디 하고 넘어간다. 심각하게 생각하려 해도 잘 안된다. 다만 힘들고 그럴 때 ‘너는 프로 와서 이만큼 경기도 뛰어봤고, 우승반지도 있는데 뭘 더 부귀영화를 구하냐’고 그렇게 되새길 때 있다. 힐만 감독님이 ‘직업인데 즐겁게 해야지’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 영향도 큰 것 같다.”


-별명이 놀부인데 직접 얘기해보니 욕심이 없다.(웃음)

“욕심 부릴 때 지났다. ‘누군가는 FA 언제냐’고 하는데 욕심 없다. FA 한 번 더 하려면 35살인데.(웃음) 요즘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이 좋다. 사인 요청도 기분이 좋다. 이런 마음이 성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007년부터 SK에서 뛰었다. SK 팀 문화의 좋은 점은?

“정말 분위기가 좋은 팀이다. 두산에서 처음 왔을 때부터 좋았다. 다른 팀으로 간 선배들도 ‘SK만한 분위기 없다’고 지금도 말한다. 트레이드로 온 선수들도 다 놀란다. 끈끈한 정이 있고, 그 안에서 체계도 있다.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하기 좋은 조건의 팀이라는 것이 SK의 장점인 것 같다.”


● SK 나주환


▲1984년 6월14일생
▲성동초∼휘문중∼북일고
▲우투우타
▲180cm, 84kg
▲2003년 두산 베어스 입단(2라운드 16순위 지명)∼2007년 SK 와이번스 트레이드
▲2017년 연봉 1억5000만원
▲통산성적=1163경기(2891타수 764안타) 타율 0.264 62홈런 371타점(7월10일까지)
▲2017년 성적=75경기(246타수 75안타) 타율 0.305 13홈런 45타점(7월10일까지)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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