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크] 광주행 이우혁-이한도 “전북서 실패했다고 생각 안해”

입력 2017-01-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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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 광주FC에서 도약을 노리는 이우혁(왼쪽)과 이한도가 구단 엠블럼 앞에서 올 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이우혁 “오랜 기다림 광주서 녹여내겠다”
이한도 “경쟁 통해 몸도 마음도 한층 성장”

지난해 1월 전북현대의 아랍에미리트(UAE) 전지훈련 때였다. 당시 둘은 한 목소리로 “국내 최고의 팀에서 반드시 생존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흘러 2017년의 태양이 새롭게 떠올랐다. 둘도 또 한 번 출발선상에 섰다. 그러나 그 사이 크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나란히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둘은 지난해 12월 광주FC로 이적했다. 미드필더 이우혁(24)과 중앙수비수 이한도(23)의 이야기다.

전북에 설 자리는 없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강원FC 소속으로 80경기(3골·11도움)를 소화한 이우혁이지만, 지난해에는 고작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한도는 아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 때 구원의 손길이 건네졌다. 잠재력을 높이 산 광주 남기일(43) 감독이 이한도와 이우혁을 손짓했다.

광주 선수단이 1차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광양에서 둘을 다시 만났다. 이우혁과 이한도는 전북에서의 1년에 대해 “실패한 시간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기다림은 지루했어도 국가대표급 선배들과 함께한 시간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다만 절실함은 더욱 커졌다. 간절함이 그들의 가슴에 가득 차 있다.


-전북에서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우혁(이하 혁)=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내 입장에선 좀더 큰 팀으로 도전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 물론 경기에는 많이 나서지 못했다. 그래도 선수로서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발전하려 했다. 솔직히 강원 때보다 스스로 경기에 뛸 준비를 잘했다고 자부한다.


이한도(이하 한)=마찬가지다. 프로에선 어느 팀이든 경쟁해야 한다. (전북이 ‘신인의 무덤’이라지만) 내가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대표팀에 견줘도 부족함 없는 형님들과 함께하며 모든 것을 배우고 흡수했다. 훈련과 실전준비, 몸 관리 등 여러 가지를 보고 느꼈다.


-광주는 정말 특별할 것 같다.

혁=올해마저 놓치면 더 이상 선수로서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광주에 왔다. 어쩌면 경력의 끝일 수도 있다. 말로 그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말 간절하다. 그래도 성공을 확신한다.

한=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했지만, 이번에도 또 실망스러운 성과를 얻으면 더 이상 축구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광주 유니폼을 입었다. 하루하루 흐를수록 설렘이 커진다. 도약과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

새롭게 인연을 맺은 제자들과 처음 대면했을 때 남 감독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고 했다. 간절함으로 가득 찬 둘을 보며 좀더 화려한 커리어의 선수를 찾으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털어놓았다.


-도약과 실패의 기로일 텐데.

혁=2014시즌은 잔뜩 물이 오른 시기였다(30경기·2골·5도움). 행복하고 즐겁게 뛰었는데, 만족스러운 기억은 없다. 기복도 심했다. 그런 과정과 전북에서의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재무장했다. 오랜 기다림을 광주에서 펼칠 것이다.

한=1경기도 못 뛰다보니 내 자신이 미덥지 못한 느낌이 없진 않았다. 이 때 전북 선배들이 해준 여러 조언들을 잊지 않고 있다. 큰 팀의 구성원으로 뛰었던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광주에서 뭘 이루고 싶은가?

혁=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를 오가며 얻은 경험과 큰 팀에서 배운 부분들을 여기에서 녹여내겠다. 도민구단(강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민구단에서 내가 할 몫과 역할이 있을 것이다. 모두의 믿음을 사고 싶다. 시즌이 끝난 뒤 K리그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려보고 싶다.

한=감독님께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주변에선 우리를 강등 1순위라고 하지만, 젊은 패기와 끈질김으로 잔류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다. 개인상도 받고 싶지만, 일단 데뷔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웃음).


-안팎에서 바라본 광주는 어떤가?

혁=굉장히 껄끄러운 팀이다. 정신도, 피지컬도 준비가 잘 이뤄진 상대였다. ‘우리는 하나’라는 팀 모토대로 정말 질긴 팀이다. 단단히 묶여있다고 할까?

한=기억이 많지 않지만, 처음 경기 엔트리(18명)에 올랐을 때가 광주 원정이었다. 상대가 전북이면 기죽을 만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더라. 정말 매력적이었다(광주는 2016시즌 전북을 상대로 2무1패를 했다).


-전북전이 더 기다려지나?

혁=레오나르도가 중동(UAE 알 자지라)으로 떠났고, 로페즈도 전반기를 뛰지 못한다. 핵심 외국인 자원이 없는 전북은 한 번 부딪혀볼 만하다고 본다.

한=로페즈가 합류하더라도 내가 제대로 막아주겠다. 성장했음을 알리고 싶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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