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월드컵 엔트리 경쟁은 마지막까지 불꽃 튀어야한다

입력 2018-01-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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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멤버들의 훈련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새해 들면서 월드컵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 기성용 등 유럽파를 점검하고 돌아왔다.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열리는 전지훈련 장소(터키 안탈리아)도 확정했다. 몰도바~자메이카~라트비아로 꾸려진 평가전 상대도 결정했다. 국내파 위주의 소집 멤버는 15일 발표된다. 3월 치러질 A매치의 상대도 두 팀 중 한 팀은 폴란드로 정했다. 본격적인 레이스를 하듯 숨 가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맘때면 감독의 머릿속은 본선 엔트리 구성 때문에 복잡해진다. 23명의 멤버를 어떻게 채우느냐를 놓고 이리저리 재단해보는데, 이 어려운 숙제는 축구팬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신 감독은 5일 엔트리의 대략적인 구상을 밝혔다. 70%는 확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나머지 30%는 평가전 등을 통해 채워가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은 헌신이다.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선수를 고르겠다고 했다. 큰 틀을 잡았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엮어 가야할 디테일이다. 권한다면 전임 감독들이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우선 명단 제출 기한인 6월초까지 엔트리 경쟁은 계속되어야한다는 점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판단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02년 월드컵 개막을 몇 개월 앞두고 전문가들은 조기에 베스트 11을 구성해 전술훈련을 반복해야한다고 히딩크를 압박했다. 전문가들 눈엔 아무리 봐도 조직력이 불안해 보였던 것이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히딩크는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내부경쟁을 시켰다. 쉽게 말해 붙박이 주전을 두지 않았다. 공격이나 미드필드 조합을 수시로 바꿨다. 포지션별 경쟁구도를 만들어놓고, 경기 당일 오전에야 선발명단을 발표했다. 그 어떤 선수도 안심할 수 없었다. 엔트리에 들기 위해 감독 전술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선발이 아니더라도 벤치에서 몸을 풀고 있어야 기회가 주어졌다. 그게 히딩크식 관리법이었다.

히딩크의 노림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를 줄이는데 있었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누구를 투입해도 자신의 전술을 이해하고 뛸 수 있게 만든 건 인상적이었다. 이는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4강은 무한경쟁을 통해 얻은 값진 성과였다.

한국축구 최초로 원정월드컵 16강에 오른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도 내부 경쟁은 치열했다. 허정무 감독의 대표팀은 남아공에 입성하기 전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는데, 엔트리 보다 많은 숫자의 선수를 데려갔다.

특히 신예들을 대거 포함시켜 기존 멤버와 경쟁구도를 만들어 훈련 효과를 극대화했다. 6월1일 엔트리 발표 당일까지도 선수들은 긴장감 속에 경쟁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컨디션을 유지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선수들이 낙점됐다. 내부 경쟁은 16강 진출의 원동력이었다.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의 훈련 장면. 스포츠동아DB


다만 수비 조직력은 2002년이나 2010년 모두 예외적이었다. 자원이 풍족하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엔트리를 구성했다. 그 이외의 포지션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부 경쟁을 시킨 게 효과를 봤다.

아울러 염두에 둬야할 게 부상이다. 예기치 못한 부상자는 언제든 나온다. 그 때를 대비한 플랜이 필요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이영표가 1차전 폴란드전을 앞두고 부상당하자 이을용이 대체자로 나서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준 건 좋은 예다. 강철은 1994년 미국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낙마했다. 황선홍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대비한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십자인대 파열로 눈물을 흘렸다. 이동국도 부상 때문에 2006년 독일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곽태휘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출전이 확실했으나 전지훈련에서 다치는 불운을 겪었다. 이처럼 주전들의 부상은 월드컵의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경험만큼 중요한 자산은 없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 월드컵을 통해 성공도, 실패도 해봤다.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함께 올려놓고 보면 거기에서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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