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75년 영화배우 허장강 영결식

입력 2011-09-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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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주연보다 조연이 더 시선을 모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사람만큼 명징한 궤적을 남기며 한국영화사 가장 걸출한 연기자로 남긴 사람도 없을 듯하다.

배우 허장강(사진). 악독한 캐릭터는 물론 구수한 서민적 연기와 웃음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1975년 오늘, 많은 팬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그를 떠나 보냈다. 서울 국립의료원에서 오전 영화인장으로 열린 영결식은 수많은 팬들이 눈물로 함께 한 자리였다.

허장강은 그 이틀 전, 갑작스레 숨졌다. 21일 오후 당시 서울운동장에서 새마을돕기 연예인축구대회에 참가한 그는 탤런트팀과 경기를 벌이다 호흡이 가빠 교체된 뒤 탈의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숨이 멈췄다. 많은 팬들이 그의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샜다.

1924년 태어난 허장강은 해방 후 극단을 만들어 무대에 섰다. 한국전쟁 때에는 육군 군예대에서 종군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54년 이강천 감독의 ‘아리랑’이었다. 이후 ‘피아골’과 ‘사격장의 아이들’, ‘독짓는 늙은이’ 등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63년에는 ‘연산군’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지만 허장강은 주연 못지 않은 조연급 연기자로서 그 빛을 더욱 발했다.

그가 예명으로 쓴 ‘장강’(長江)은 연출가 서항석이 ‘뚝섬의 물이 마를 소냐, 기나긴 강물처럼 부디 오래살고 대성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52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하며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그의 아들인 허기호·준호가 아버지의 명성을 잇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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