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작가 “배우+인간 김남주, 3연타석 흥행홈런 큰 힘”

입력 2012-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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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45%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은 ‘넝굴째 굴러온 당신’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는 “‘넝굴당’ 보느라 계절이 바뀐 줄도 몰랐다는 시청자들의 칭찬이 있었기에 무사히 집필을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시청률 45.3% 종영, ‘넝굴당’ 박지은 작가

진솔한 배우 김남주와 세 번째 호흡
솔직한 일상…시청자도 쉽게 몰입돼

넝굴당과 함께 한 1년 이젠 허전함이
좋은 배우-제작진과 만남 행운이었죠

영화나 드라마를 끝낸 배우들을 만나면 종종 “아직 캐릭터와 완전히 이별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는 한다. 작품에 대한 허전함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이 말은 비단 배우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는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여행자처럼 헛헛함을 털어놨다. 방송 기간 8개월, 약 1년이라는 집필 기간이 말해주는 물리적인 시간 외에도 박 작가에게 ‘일상’이 돼버린 고마운 배우들과 정성을 쏟은 캐릭터들과의 작별은 더욱 아쉬웠다.

박 작가는 “오늘 아침에도 인터뷰를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며 “진짜 별로 할 말이 없는데 괜찮겠냐”는 말을 반복했다. 바꿔 해석하면 “하고 싶은 얘기는 작품을 통해 모두 다 쏟아냈다”는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넝굴당’은 톱스타 김남주의 첫 KBS주말극 도전이라는 점을 시작으로, 박지은 작가와 김남주의 세 번째 호흡, 명품 배우들의 재발견, 입양 등 사회 문제 정면 돌파, 최고 시청률 45.3% 등 갖가지 기록들을 탄생시키며 ‘국민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과 ‘역전의 여왕’의 성공으로 ‘흥행작가’ 대열에 오른 그였지만 사실 처음에는 긴 호흡의 가족극 제의를 받고 고민이 많았다. “원래 가족극은 너무 좋아하지만 30대인 내가 가족극을 맡는 게 자신이 없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연륜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힘을 많이 얻었다.”

박 작가의 작품에 ‘중독’돼 출연을 결정한 김남주도 큰 힘이 됐다. “배우가 갖춰야 할 조건 중 1번은 단연 연기력이다. 그런데 그 연기력이 테크닉이 아닌 진심이 우선인 배우들이 있다. 김남주는 그런 연기자다.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이기 때문에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기 쉽고, 공감해준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아닌 자연인 김남주에 대해서도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솔직하고 진실하다. 사람을 대할 때나 연기에 임할 때도 마찬가지다. ‘배우 김남주’와 ‘자연인 김남주’를 나누는 것조차 무의미하다”며 웃었다.

그 동안 미니시리즈를 집필해온 박 작가는 ‘넝굴당’을 하면서 총 58회분의 대본 집필을 마쳤다. 회수로만 치자면 미니시리즈 약 세 편의 분량이다. 그는 “특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일주일에 두 회분의 대본을 써야 하는데, 글이 잘 안 써질 때면 가끔 작업실과 가까운 공원에 가서 산책하는 게 기분 전환의 전부였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줬던 배우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됐다는 60대 시청자의 따뜻한 시청소감이 힘이 됐고, 제 대본을 칭찬해주신 강부자, 윤여정 선생님의 말씀에 글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끝내고 나니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여러 사람과 갑자기 헤어져야 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동안 핵가족의 일환으로 살았던 내가 ‘넝굴당’을 통해서 대가족의 일환으로 살아본 느낌이다. ‘넝굴당’처럼 좋은 배우들과 제작진을 만난 건 작가로서 정말 큰 행운이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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