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내가 신비주의였나?” 그가 신비주의였나?

입력 2014-10-21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가수 서태지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9집 ‘콰이어트 나이트’ 발표 기념 간담회를 열고 대중 앞에 섰다. 5년 만에 새 앨범을 내기까지 서태지는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아빠도 됐다. 그리고 팬들에게는 더욱 가까워지는 대중친화적 행보를 걷고 있다. 그는 “가정을 꾸린 행복한 느낌을 음악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새 앨범을 소개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서태지, 9집 ‘콰이어트 나이트’ 발표 기자회견

“가정 꾸린 행복한 느낌 고스란히
내 딸에게도 들려줄 수 있는 음악”
“표절? 최초 음악 수입업자인 셈”
5년 만에 컴백…대중과 소통 나서

“5년 만에 나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서태지의 첫 인사는 짧았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은 서태지의 현 위치를 말해주는 듯했다. 서태지가 5년 만의 신작인 9집 ‘콰이어트 나이트’를 발표한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탈 신비주의? 과연 내가 신비주의였나?”

‘비밀스런 행보’를 걸어온 서태지는 이번 컴백을 앞두고 대중친화적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 음악이 대중적이어서 그에 맞는 활동방식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가정을 꾸려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확실히 더 여유가 많이 생기고 행복한 느낌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음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했다.

“과연 내가 신비주의인가 의문도 갖는다. 그냥 가수로서 음악을 만들어 발표하고 공연하며 방송도 하고, 이런 일련의 활동만으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뿐이다. 신비주의란 말을 듣더라도 계속 이런 식의 활동을 하고 싶다.”

서태지 9집 표지엔 여자아이의 그림이 등장한다. 서태지가 “내 딸이 6∼7세쯤 성장했을 때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내 딸에게도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표절 논란? ‘첫 수입업자’라 생각해 달라”

서태지 컴백 소식에 SNS상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 히트곡과 서태지가 참고한 외국 음악을 비교·편집한 영상이 퍼졌다. 과거 해외음악의 트렌드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음악계 문익점’ ‘장르 수입업자’란 말도 들었지만, 그만큼 표절 논란도 있었다.

“외국의 좋은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었다. ‘최초의 수입업자’라 해주면 좋겠다. ‘컴백 홈’은 사이프러스힐의 음악을 레퍼런스(참고자료)로 삼았다. 당연히 표절이 아니라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런 논란이 잦아들지 않을까. 음악을 더 많이 듣고 판단해주면 좋겠다.”

8집부터 “내 안에서 음악을 했다”는 그는 이번 앨범에서 선보인 일렉트로니카가 “1집 ‘환상속의 그대’ 테크노 리믹스 때부터 해오던 것”이라며 새삼스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 “팬과 안티의 컬레버레이션은 재미있다”

서태지도 안티가 많다. 지난 5년 공백기에 이지아와 겪은 이혼 소송이 알려지면서 악성 댓글의 정도는 더 심해졌다. 그는 “2000년(‘울트라맨이야’)부터 안티 사이트가 생겼다. 지금까지도 내가 음반을 내면 팬과 안티의 컬레버레이션이 생긴다. 내 음악에 대해 호평과 악평이 엇갈리는 건 좋은 현상이다. 그런 다양한 평가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음악으로 많은 토론이 벌어진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건 음악이고, 다른 건 다 가십이다. 다 지나갈 일이다. 그런 관심들 덕분에 내 음악을 더 듣게 된다면 좋은 일이다.”


● “한물간 스타? 학창시절에도 성적 안 좋았다”

이번 앨범엔 ‘나인티스 아이콘’이란 노래가 있다. 18일 공연에선 이 노래에 앞서 “한물간 가수가 들려드린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다보니 1990년대처럼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아, 안되는구나’ 좌절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매번 음반을 낸다. 1990년대 가수들이 주류에서 밀려나지만, 대신 우리에게는 더 소중한 추억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서태지의 시대는 1990년대에 끝났다”고 ‘선언’한 서태지는 2000년대엔 “마니아” 음악을 하며 팬을 잃기도 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거부할 수 없는 일이다”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좋은 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담담해 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음원 성적과 관련해서도 그는 “원래 그렇다”면서 “이번엔 아이유 덕분에 ‘소격동’도 롱런하고 10대들도 들어줘 좋다. 학교 다닐 때도 성적은 안 좋았다. 성적보다 음악으로 말하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자신의 이름 석 자 앞에 내붙는 ‘문화대통령’이란 수식어가 “자랑스럽지만 족쇄 같다”며 솔직한 면모를 드러낸 서태지는 “빨리 누군가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런 후배가 나오면 응원하겠다”면서 성숙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