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로우 비디오’ 남상미 “거침 없는 수미, 실제 내 모습 빼닮아”

입력 2014-10-21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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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상미는 “서른을 넘어서니 꽃이 예쁘다는 걸 알겠더라”며 “보고 있으면 감성이 촉촉해진다. 요즘은 꽃 선물이 좋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저는 일도 사랑도 거침이 없어요, 하하! ”

배우 남상미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말을 아껴야 할 때는 아끼지만 고삐가 풀리면 뭐든 저돌적인 편”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 속 수미를 보는 듯했다. 시쳇말로 ‘싱크로율 100%’였다.

남상미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장부(차태현)의 최측근 수미를 연기했다. 수미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굳세고 당찬 인물이다.

“드라마 ‘결혼의 여신’을 찍을 때 ‘슬로우 비디오’의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극 중에서 시댁살이도 모자라 이혼에 별거까지 ‘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수미의 ‘밝음’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어두운 역할에서 벗어나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헤어스타일. 남상미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심은하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폭탄머리를 소화했다. 화장기 없는 모습에 얼굴과 손을 제외하곤 노출이 거의 없을 정도.

남상미는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김영탁 감독님이 따로 주문하지도 않았다”며 “신경 쓰면 오히려 더 안 예뻐 보이더라”고 털어놨다. ‘가진 자의 여유’일지 몰라도 그는 “스태프들이 반사판을 많이 받쳐준 덕분에 예뻐 보인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남상미를 고민에 빠뜨린 건 수미의 꿈이었다. 남상미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을 연기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는 “드라마 ‘빛과 그림자’ 때도 배우긴 했지만 발성 등 노래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수미가 8차선 대로에서 목청껏 노래하는 신이 있어요. 촬영할 때는 사람들 의식할 겨를도 없이 ‘잘 해내야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롱테이크로 찍어서 빨리 끝내야 했거든요. 창피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아마 현실이었다면 보통 정신으로는 못 했을 거예요.”

남상미는 댄스 선생님의 강습을 받기도 했다. 이 정도면 가수 트레이닝과 맞먹는 수준. 그가 얼마나 배역에 애정을 가지고 임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남상미는 “짧게나마 배워서 뮤지컬 배우들과 찍은 신이 있는데 통으로 날아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미가 골목에서 춘 댄스의 반은 애드리브예요. 제가 평소에 하는 동작들이 춤으로 많이 나왔어요. ‘신 나서 막춤 추는 수미’라는 지문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안무 선생님과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추다보니까 손이 위로 올라가더라고요. 진짜 막춤을 춘 거죠.”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동화 같은 감성 드라마지만 ‘슬로우 비디오’에도 로맨스는 있다. 극 중 스킨십을 리드하는 하는 인물은 장부가 아닌 수미. 특히 수미가 장부에게 목도리를 준 후 돌진하는 키스신은 꽤 인상적이다.

“사실 그 신은 두 번째 키스예요. 그전에 집에서 뽀뽀하는 장면이 있는데 편집됐어요. 그래서 목도리 키스 때 입술만 포개는 정도로 하니까 감독님이 ‘상미야, 너 서른이잖아. 수미도 알 거다 아는 나이고 장부도 남자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한번 했던 사람들이 또 하는 거니까 풋풋하면 안 되는 거랄까. 조금 진하게 했는데 의외로 놀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남상미와 수미는 적극적인 마인드뿐 아니라 느끼한 멘트를 못 참는 점도 꼭 닮았다.

극 중 장부는 “빗속에 너 있다” “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와서 봄이다” 등 오글거리는 대사로 수미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수미의 답은 “변태, 멘붕(멘탈붕괴)”.

이에 대해 남상미는 “장부처럼 대시하는 남자는 못 만날 것 같다. 요즘 시대에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어떻게 만나느냐”며 “차라리 ‘나랑 살자’고 말하는 남자가 더 좋다”고 강조했다.

영화처럼 학창시절 짝사랑을 다시 만난 순간에는 어떤 느낌일까. 실제 남상미는 장부를 모르는 척했던 수미와 달랐다. 물론 수미처럼 사면초가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남상미는 솔직한 여자였다.

“지난해에 친구 결혼식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좋아했던 동창과 마주쳤어요. 그 동창이 ‘나 기억하니?’라고 묻기에 ‘그럼~ 네가 내 1순위였잖아’라고 대답했죠. 20여년 만에 만났는데 걘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웃음)

남상미는 “그때 친구들끼리 좋아하는 사람을 지목했다가 누가 폭로해서 싸웠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정말 옛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은 나를 무장해제하는 힘이 있다”고 우정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에게 친구는 휴식만큼 소중한 안식처였다.

“제일 하고 싶은 건 집에서 눈 뜨고 싶을 때 뜨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거예요. 그러다가 새벽 1시쯤 친구들을 불러서 술을 마시는 거죠. 음악을 듣거나 드라마를 보다가 폭풍 수다도 하고요. 그렇게 편하게 쉰 후에 작품을 하고 싶어요. 차기작은…액션 어떨까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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