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향 “연기 할 수 있다면, 역대급 악녀라도 괜찮아”

입력 2015-06-29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후아유-학교2015’의 조수향. 수많은 연극무대와 단편영화로 실력을 쌓은 그는 쏟아지는 칭찬과 격려에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 ‘후아유-학교 2015’ 강소영역|조수향


예비스타요? 이제 걸음마 시작
연극무대 친구들 날 보고 희망
내가 더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


이제는 안방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톱스타가 된 연기자 하지원, 김민희, 임수정. 이들의 공통점은 KBS 2TV 드라마 ‘학교’ 시리즈가 배출한 스타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학교’에 등장할 당시만 해도 지금의 명성과 인기를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을 터.

16일 종영한 KBS 2TV ‘후아유-학교 2015’에서도 예비스타가 한 명 탄생했다. 연기자 조수향(24)이다. 수많은 연극무대와 단편영화를 통해 내공을 쌓은 그는 쏟아지는 칭찬과 격려에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음을 내비쳤다.

조수향이 ‘학교 2015’에서 맡은 역할은 학교폭력의 가해자 강소영이다. 집안도 성적도 부족한 것 없지만, 주인공 김소현을 무자비하게 괴롭히는 인물로 ‘역대급 악녀’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수혜자로 꼽히지만 현장에서는 늘 외로웠다. 조수향은 “극 중에서도 사람들이 모두 날 싫어하고 인터넷에서도 나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마음이 힘들었지만 한 편으로 소영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며 편하게 웃었다.

지난해 영화 ‘들꽃’으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는 등 단편영화계와 연극무대에서는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그이지만, 드라마는 3월 방송된 광복 70주년 KBS 1TV 2부작 특집극 이후 두 번째다.

“인형처럼 예쁘고 화려한 여배우들도 많은데 ‘나처럼 평범하게 생긴 얼굴은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형 기획사의 힘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돌이켜보면 모두가 나의 자신감 결여가 문제였다.”

이제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치면 프로필과 사진, 기사가 뜨는 요즘이 ‘꿈’만 같지만, 조수향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연기에 원망과 애증이 컸다. 특히 인터뷰를 진행했던 23일은 꿈을 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배우 김운하와 판영진의 비보가 전해졌던 날로, 조수향은 자신도 생활고에 시달리며 무대에 섰던 날을 떠올리며 이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할 때였다. 연기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관객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차비라도 벌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20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 내 손에 쥐어졌다. 내가 왜 연기를 시작했을까 원망도 많았고 자존감이 낮아진 그 때, 집에 돌아와 김치찌개에 소주 반병이 유일한 위로가 됐다.”

일찍 삶을 마감한 선배들의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음과 동시에 여전히 대학로에서 생활고를 겪으며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친구들이 떠올랐다. 조수향은 “아직 난 출발선에 서 있는 단계지만 연극무대에 있는 친구들은 나를 보면서 희망을 얻는다고 말해준다. 달콤함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도 무대를 빛내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서 내가 더 열심히 연기하면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