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이경규가 간다’ 백두산 오르다

입력 2015-09-15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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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9월 15일

개그맨 출신 방송인 이경규(사진)가 SBS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며 딸 예은양과 소통해가는 과정으로 화제다. 직전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와 ‘붕어빵’ 등을 진행하며 방송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다진 지 오래다. 1981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경규는 1990년대 초반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 무대가 바로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코너 ‘몰래카메라’였다. 이후 이경규는 또 하나의 히트작을 이끌었다.

1996년 오늘, 이경규가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연출자인 ‘쌀집아저씨’ 김영희 PD 그리고 또 다른 출연자 민용태 교수와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몰래카메라’에 이은 또 하나의 인기 코너인 ‘이경규가 간다’ 추석 특집편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그달 29일 방송한 ‘이경규가 간다’에서 이경규 등은 백두산을 찾아 한라산 백록담에서 퍼온 물과 흙을 천지에 뿌리며 통일을 기원했다. 돌개바람을 맞으며 험준한 산길을 오른 이들은 짙은 안개 속에서 어렵게 천지에 발을 디뎠다. 기상 상황 등 이유로 방송 촬영을 할 수 없다는 중국 당국의 통보에 관광객에게 허용된 8mm 카메라로 장면을 촬영한 이들의 표정은 상기됐고 이 모습은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됐다.‘이경규가 간다’가 사람이 아닌 공간을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다. ‘이경규가 간다’는 1996년 봄, 연예인과 스포츠스타는 물론 정치인 등 사회 각계 인사를 사전약속 없이 찾아가 그들의 소탈한 인간적 면모를 담아내며 인기를 얻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 엄기영 앵커 등이 이 코너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그해 겨울 개편을 통해 ‘숨은 양심을 찾아서’라는 콘셉트로 변화했다. 11월29일 밤 서울 여의도 거리에 카메라를 숨겨 놓고 심야시간 횡단보도의 신호를 지키는 운전자를 찾아나섰다. 4시간15분 만에 찾은 주인공은 장애인 부부였다. 많은 시청자가 눈물과 감동 속에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를 지속한 이경규와 제작진은 “교통문화와 질서의식을 고취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후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 업소를 찾아가는 ‘양심가게’ 등을 찾아가는 ‘숨은 양심’ 시리즈로 이어졌다. ‘숨은 양심’들에게는 ‘양심냉장고’를 선물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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