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세대 교감’으로 흥행하는 외화…한국영화는?

입력 2015-10-28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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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해서웨이·드니로 주연 ‘인턴’ 320만 돌파
세대초월 정서적 공감으로 감동·힐링 선사
한국 스릴러·블록버스터 집중현상과 대조

유독 한국에서만 흥행하는 외화가 있다. 지난해 ‘비긴 어게인’에 이어 이번엔 ‘인턴’이다.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33)와 관록의 로버트 드니로(72)가 출연한 ‘인턴’이 9월24일 개봉 이후 27일까지 누적 관객 320만명을 모았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흥행 1위의 기록이 한국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비긴 어게인’ 역시 국내에서 거둔 성적(342만명)이 전 세계 최고 흥행 기록. 두 편 모두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화려한 대작은 아니지만 물량공세 대신 ‘감성’을 자극한 덕분에 흥행에 성공했다.

‘인턴’은 의류 쇼핑몰을 기업으로 키워낸 30대 여성 CEO와 은퇴한 70대 인턴의 이야기다. 패션 중심지인 뉴욕을 배경으로 첨단 유행을 걷는 의류회사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노인이 노련한 인생 경험을 패기 넘치는 젊은 직원들과 나누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그렸다.

‘인턴’이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얻는 배경은 ‘힐링’과 ‘세대 교감’ 그리고 ‘작지만 값진 성공’의 메시지를 향한 전폭적인 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흥행 공식은 ‘비긴어게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의에 빠진 중년의 음악프로듀서와 젊은 가수지망생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결국 그들만의 성공을 일구는 과정이 관객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비긴어게인’과 ‘인턴’의 마케팅을 담당한 올댓시네마의 한 관계자는 “‘인턴’의 경우 30대 워킹맘부터 퇴직한 장년층 관객의 정서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실제 자신의 삶을 비춰보는 효과를 만들었다”며 “그로부터 위안을 얻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고 밝혔다.

특히 나이와 사회적인 위치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신뢰를 나누는 ‘세대 교감’은 국내에서 유독 높은 성적을 거두는 외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흥행 코드’다. 2월 개봉한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미국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612만)을 모은 원동력 역시 ‘세대 교감’이다. 첩보원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흥미롭게 풀어낸 덕분에 폭발력은 더 컸다.

‘인턴’은 개봉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평일 3만명, 주말 일일 평균 8만명 이상을 모으며 식지 않은 열기를 증명하고 있다.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개봉 초반 20∼30대였던 관객층이 최근 50∼60대 중장년으로 확대됐다”며 최종 성적을 350만, 그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턴’의 인기는 스릴러와 현란한 블록버스터에만 집중하는 최근의 한국영화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이달 들어 ‘더 폰’을 비롯해 ‘특종:량첸살인기’, ‘그놈이다’까지 잇따라 쏟아진 스릴러 장르가 대부분 연쇄살인을 주요 소재로 삼아 우리 사회 일각의 잔혹한 분위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국내 관객이 오히려 ‘낯선 나라’가 만든 따뜻한 외화에 더 공감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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