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민우혁·박민성 “‘프랑켄슈타인’, 한계에 부딪히며 만난 터닝포인트”

입력 2018-06-16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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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친구 사이에서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가 되어버린 두 사람.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을 재고케 하는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신과 맞서는 사람 ‘빅터’와 빅터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친구 ‘앙리’이자 죽은 뒤 빅터로 인해 탄생된 ‘괴물’ 연기는 땀과 에너지를 쭉쭉 뽑아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절실한 작품이다.

각자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서로를 향한 애정과 분노 그리고 복수심까지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감정 연기를 해야 하기에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더없이 중요하다. 이에 새롭게 도전하는 민우혁과 박민성은 최적화된 페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벤허’에서 함께 ‘메셀라’를 연기한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전, 두 사람은 각자 가수가 되기 위해 고된 시간을 보냈기에 서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너무 힘든 삶을 살아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조차 비슷해져버린 이들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아들의 이름이 모두 ‘박이든’이라는 사소한 점까지. 왠지 모르게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 이번 ‘프랑켄슈타인’에서 상대역으로 만났다니 이 같은 운명이 또 있을까.

- ‘벤허’에서는 같은 역할이었는데 이번에는 상대 역할로 만났다.

민우혁 : 사실 ‘벤허’ 연습할 때 제가 ‘불후의 명곡’, ‘살림하는 남자들2’ 등 고정 스케줄이 있던 터라 연습실에 자주 갈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게다가 제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동시에 해내는 걸 못하는 사람인지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박민성 형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굉장히 의지도 많이 하고 대화도 나누고. 오히려 왕용범 연출님보다 민성이 형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벤허’를 통해 형을 보면서 어떤 배우인지 알게 됐고 닮은 점도 있고 해서 애틋하다. 편하기도 하고.

박민성 : 우혁이가 한 이야기는 과찬이다. 연습실에 오면 우혁이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우혁이는 오래 전부터 안 사람 같이 편했다. 뮤지컬을 하기 전에 하고 있었던 분야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보기도 했고. 또 우혁이와 제 아들 이름이 같다. 둘 다 박이든이다! 우혁이도 본명은 박성혁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좀 더 마음이 가고 친해졌다. 연습 끝나면 신당동에 떡볶이 먹으러 같이 간다. 남자 둘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 지금 ‘프랑켄슈타인’ 연습은 어떤가?

민우혁 : 연습 자체가 특이하다. 보통 캐스팅이 많아도 다 같이 모여서 연습을 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제 스케줄이 아닌 이상 일절 못 오게 한다. 그래서 저는 다른 ‘빅터’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웃음) ‘빅터’ 캐릭터 구상을 할 때 그의 전사를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악마의 자식’이라고 불린 그가 신을 원망하고 미워하며, 신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그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신과 맞서는 방법으로 죽은 생명을 살리려고 했고 결국 그는 ‘괴물’을 창조했다. 이후에는 서로가 서로를 복수하려고 하는 결국 가장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이 안에서 인간의 이기심 등 여러 감정을 세세하게 보이려고 했다.

박민성 : 틀을 만들어 갈 때는 같이 연습을 했고 이제 각자 연습이 필요할 시기에 각자 스케줄에 와서 연습을 했다. 다른 배우들이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굳이 나만의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연습하면서 나만의 ‘앙리’이자 ‘괴물’을 만들어나갔죠. 제겐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2016년도에 일본에서 ‘미스 사이공’을 했을 때 배우들이 와야 하는 스케줄표를 줬다. 이날 외에 오면 안 되는 아니었는데 연습이 아닌 날 가니까 희한하게 생각하더라.

- 왕용범 연출가와는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

박민성 : 예전에 ‘프랑켄슈타인’ 보컬 가이드를 했었기 때문에 공연을 본 적은 있다. 당시에는 빅터의 서사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앙리와 괴물이 갖고 있는 정서가 너무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일단 앙리와 괴물을 1막과 2막에 걸쳐 연기를 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충실하려고 했던 것 같다. 캐릭터를 달리하기 보다는 감정 변화에 더 초점을 뒀다. 결국에 복수를 이뤄냈을 때 괴물로서가 아닌 ‘앙리’의 감정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민우혁 : 민우혁의 ‘빅터’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 상황을 충분히 느끼면서 연기하길 바라셨던 것 같았다. 그래서 개개인별로 연습을 진행하신 것 같았다. 나는 일부러 공연 영상을 보거나 책을 참고하지 않았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프랑켄슈타인’은 내게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사실 한계에 부딪히는 작업이었다. 연습을 하면서 정말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는데 왕용범 연출가께서 “네 진짜 눈물을 본 적이 없다”라고 하셨다. 순간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다. 보통 연기를 하면 정해진 시간과 계산된 행동을 하지 않나. 그것보다 더 한 것을 바라셨던 것 같다. 그런데 연습을 하면서 연출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더라. 가슴이 뜨거워지고 대사를 뱉을 수 없을 만큼의 감정을 알게 됐다. 이 작품을 통해서 내 틀을 하나 깨버린 것 같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연습이 끝나고 집에 와도 여운이 계속 남는다.

박민성 : 그 말, 너만 들은 건 아니다.(웃음) 사실 왕용범 연출가께서 지나가는 말로 제게도 “너한테 슬픔이 안 느껴진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니, 맡은 역할로만 해도 불쌍한 캐릭터나 슬픈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혁이와 제가 닮은 점이 참 많아요. 음반 내려고 많은 고충도 겪었고 참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힘들어도 그 감정을 숨긴 채 살아왔더라. 지금도 여전히 나는 힘든 것이 있으면 외면해 버린다. TV에서 슬프거나 힘든 장면이 있으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민우혁 : 민성이 형과 내가 되게 비슷하다. 우리들은 느끼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삶이었다. 철저한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벽을 치며 펑펑 운적도 없고 술을 마시며 잊으려 한 적도 없었다. 힘들 때 오히려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데? 생각보다 멘탈이 강하다”라며 웃으며 넘기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연기할 때는 독이 되었던 것이다. 그걸 깨고 나와야 하는데 이번에 그렇게 된 것 같다.

박민성 : 그래서 이번에 민우혁의 무대가 기대되는 거다. 본인은 모를지 모른다. 가끔은 내가 나를 가장 모를 때가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무대에 올라가는 민우혁은 그 동안 봐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거다. 연습할 때 옆에서 보면 변화되는 것이 보인다. 쇼맨십 강한 민우혁이 아닌 인간 민우혁의 진심이 담긴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번 뮤지컬이 배우이기 전에 인간 민우혁, 박민성에 대한 고찰을 느낀 건가.

박민성 : 인간적인 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민우혁 : 그래서 ‘프랑켄슈타인’ 이후에 작품도 나는 기대가 된다. 관객들이 “박민성, 민우혁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어?”라며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동안 노력했던 것들에 보상이 될 것 같다.

박민성 : 나는 다음 작품은 생각은 아니다. 일단 ‘프랑켄슈타인’이 12월까지 공연이 있기 때문에.(웃음) 스스로 매순간 절실하고 솔직했으면 좋겠다. 매일 다른 관객이 본다면 같은 감정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배우를 하면 할수록 그걸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지영 누나와 이희정 선배를 보면 그런 생각을 절실하게 한다. 그렇게 롱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늘 같은 감정으로 연기를 하신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작품이 요구하는 감정을 유지하고 계신다. 지금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 박민성은 ‘벤허’에 이어 다시 몸을 사용하게 됐다. 피로도가 상당할 것 같은데.

박민성 : 사람이 먹지를 못하면 예민해지지 않나. 아무래도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하니 신경이 예민해져서 가족들에게 화를 내게 되더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제 모습을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어서 조금씩 먹고 있다. 정말 힘들 땐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먹어봤자 단백질이긴 하지만. 지금 몸을 만드는데 살짝 정체기가 오긴 했다.


- 각자가 생각하는 ‘프랑켄슈타인’의 관전포인트가 있다면.

민우혁 : 넘버 ‘나는 왜’가 내겐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빅터의 내면 갈등이 정확하게 보여야 생명창조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서 신이 되기 위해서 친구의 ‘머리’가 필요하기에 그의 희생을 모르는 척하고 싶은 마음과 한 편으로는 인간의 자괴감과 두려움이 든다.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야 마지막까지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

박민성 : 모든 장면이 소중하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마지막에게 앙리가 빅터에게 “이게 내가 준비한 나의 복수야”라고 하며 그와 함께 죽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한(恨)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 장면 안에 인간 내면의 더러운 모습과 순수한 모습 등 여러 복잡한 것들이 다 담겨져 있기에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 지금까지 ‘프랑켄슈타인’은 흥행에도 성공적이었다. 여기에 부담감을 느끼진 않는지.

민우혁 : 보신 분들이라면 그 때 처음 충격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때 그 충격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 오실 것이고 기대하는 바가 있으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목표치를 높게 잡고 출발했다. “기대 이상인데?”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으로 연습했다.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저건 아니야”라는 소리만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민성 : 부담감은 당연히 든다. 하지만 걱정과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틀리게 연습하지는 않았을 테니 연출가께서 아무 말씀이 없으셨던 게 아닐까.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그간 연습했던 것에서 계산하며 움직였으니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틀린 게 아닌 다른 공연을 보여드리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온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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