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번지점프’ 강필석·임강희 “시대가 변해도 ‘사랑’은 변치 않을 것”

입력 2018-07-18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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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도 너만 사랑하겠다”는 남자와 “혹시 늦어도 조금만 기다려”라고 하는 여자. 푸르던 청춘에 만난 두 남녀가 시간을 초월하며 이루는 ‘사랑’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일명 ‘번지 장인’이라 불리는 배우 강필석과 처음이라 부담도, 설렘도 가득하다는 임강희가 연극 ‘프라이드’ 이후에 다시 만났다.

인터뷰를 하러 들어온 강필석과 임강희는 서로를 보며 미소를 먼저 보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연인으로 연기호흡을 하고 있지만 함께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이에 서로에게 “오늘 멋지시네요”, “미용실 다녀왔어요~”라며 인사로 너스레를 떨었다.

<이하 강필석‧임강희 일문일답>

- 강필석은 초연부터 해왔고 임강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우와 태희로 연기하기에는 새로운 만남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강필석 : 이 어색함이 사실 무대 위에서는 큰 도움을 준다. 생각해보면 20대 커플은 막연히 편해지지 않지 않나. 서로에게 잘 보이고 싶고 설레기도 하고. 임강희는 ‘프라이드’때 부부로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관계여서 연기를 하면서도 다가가기 힘든 점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사랑하고 아껴주는 역할이라 좋다. 임강희는 감성이 풍부한 배우라서 연기호흡이 더 좋다.

임강희 : 강필석 오빠가 ‘번지 장인’이라는 별명이 있지 않나. 왜 그런지 알겠더라. 오빠와 연습을 하면 공기가 바뀐다. 이지훈 오빠와 연기 호흡을 하면서도 참 좋았지만 강필석 오빠와 연습하는 날이면 그 동안 오빠가 해왔던 감성들이 느껴진다. 첫 연습 때 그 감성이 참 좋았다.

강필석 : 임강희와 첫 무대에 설 때 나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인우와 태희가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에서 우리 둘이 실제로 눈치를 봤다. 김지현과는 재연 때 이미 해봤기 때문에 서로 어떻게 할지 잘 알고 있는데 임강희와는 처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진짜 못 다가갔다.(웃음) 덕분에 그날 그 장면은 원래 시간보다 10분이나 더 걸려서 끝났다. 다음날 제작사 대표에게 “필석아, 시간 좀 줄여줘”라는 전화를 받았다. 하하. 그런데 첫 날 그 장면이 좋았던 건 우리가 서로에게 집중하고 정말 ‘연기 호흡’을 했다는 것이다.

- 아까도 말했지만, 임강희는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이라 부담되는 점은 없었는지. 반대로 강필석은 초연부터 해왔기에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 같은데.

임강희 : 초·재연을 다 봤고 좋은 배우들이 해왔기 때문에 캐스팅이 됐을 때 부담이 된 건 사실이다. 연기생활 15년을 하며 가장 큰 부담이 된 작품이지 않을까. 그래서 원래 하려고 했던 작품도 결국 안 하기로 결정을 하고 ‘번지점프를 하다’에만 몰입을 했다. 이 작품만의 결을 살리지 않으면 망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개성을 살린 ‘태희’가 아닌 작품 속에 있는 ‘태희’가 돼야했다. 그래서 발성법을 바꾸며 연기하고 있다. 공연 있는 날 2시간 전부터 와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강필석 : 어쩐지, 공연장 오면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더라. 하지마, 무서워. 농담이야. (웃음) 강희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안다. 그런데 지금도 잘하고 있어서 애써 잘하려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임강희 : 이 작품을 하면서 15년간 쌓아둔 안 좋은 습관이 까발려지는 것 같더라.(웃음) 그래서 매일 연습을 하면서 일지를 쓰고 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태희가 인우처럼 극을 이끄는 역할은 아니지만 보여줄 때 한 번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라 잘하고 싶다. 지금은 부담보다는 재미가 더 있다. 한 뼘 더 성장하는 것 같다.

강필석 : 잘 알고 있는 게 ‘독’이 될 수 있을 수 있더라. 앞서도 말했지만, 김지현과 연기할 때 너무 편해서 설렘이 없다는 단점이 생기더라. 20대 커플이면 서로에게 어찌할 바를 모르는 두근거림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또 초연부터 이 작품을 해왔고 대본의 대사도, 음악의 가사도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이 됐는지 알기 때문에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게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예전 인터뷰를 보니, 재연 공연 당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한 적이 있더라.

강필석 : 그 때는 정말 그랬다. 재연 공연(2013) 당시에는 그만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마지막 커튼콜 때 엄청 울기도 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삼연이 올라가기까지 여러 장애물이 있었고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조금 더 힘을 실어주고 싶었고 생명력을 갖고 날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아마도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나중에 ‘홈커밍데이’ 식으로 초청해주셔서 이전 배우들과 한 번씩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임강희 : 필석 오빠가 ‘번지점프를 하다’를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원래 오빠는 뒤에서 응원해주는 스타일인데 이 작품만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애정을 쏟는 게 보인다.

강필석 :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우가 다 그렇지 않을까? 같은 역할인 지훈이의 첫 공연을 보러 갔는데 내게 ‘형, 이 작품 원래 이래? 되게 벅찬다’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는 데 굉장히 고마웠다. 사실 이번 연습 상황이 새로운 배우들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는데 너무 훌륭하게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번지점프를 하다’는 노래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임강희 : 듣기는 편한데 부르기엔 정말 까다롭다. 다른 작품과 달리, 가창력을 뽐내는 넘버들도 아니고 반대로 감정을 아껴서 불러야 한다. ‘혹시 들은 적 있니’를 부를 때 저희가 위로 올라가지 않나. 그 때는 모든 관객의 표정이 다 보여서 마음을 가다듬고 부른다. 지금은 넘버를 부를 때마다 정말 행복하다. 노래 한 곡이 백 마디의 말보다 힘이 있다는 걸 강하게 느낀다. 이 작품으로 음악의 힘을 느끼고 있다.

강필석 : ‘번지점프를 하다’는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이 안 든다. 정말 말 하듯이 하면 되는 것 같다. 다른 작품은 강약을 조절하고 소리는 어떻게 내야 하는지 보다 정서를 잘 따라오면서 부르기만 하면 가장 좋은 것 같다. 윌 애런슨이 작곡을 맡았을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트로트’ 같은 음악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을 쓰고 나서는 모든 곡을 ‘확’ 써내려갔다고 하더라.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음악인 것은 분명하다. 음악 덕분에 원작 팬들이 실망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예전에 지인이 실제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찍었던 스태프의 리뷰를 보내준 적이 있었다. 뮤지컬을 보면서 당시 촬영 현장과 느낌이 고스란히 생각이 났다고 하며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썼더라. 그 글을 보고 굉장히 벅찼다. 이 작품이 내게 특별한 이유는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너무 다가가려는 애쓰기보다 관객들이 우리 공연에 다가갈 수 있는 법을 배우게 해 준 작품이었다.


- 이 작품의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초연을 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원작은 더 오래됐다. 관객들의 세대와는 점점 멀어지면서 공감대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나.

강필석 : 음…. 시간이 더 지나면 ‘시대’에 대해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영화가 2001년에 나왔지만 영화마저도 1983년을 다루고 있다. 사실 나도 83년 감성을 잘 모른다. 단지 TV를 통해서 봤을 뿐이지. 그런데 20대 관객들이 무대에서 보는 현재도 2018년은 아니니까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계속 공연이 된다면,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임강희 : 나는 아날로그를 좋아해서 ‘번지점프를 하다’가 안고 가는 감성이 참 좋다.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 마음이 깊어서 좋다. 요즘 TV나 영화를 보면 연인들의 사랑하는 과정이 참 빠르지 않나. 반대로 이 작품은 어렸을 적 우리가 두근거리던 그 감성을 지니고 있어서 유지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강필석 : 소통 방식이 달라져서 그런 것 같다. ‘삐삐’ 세대만 해도 공중전화에서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나. 옛 어르신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우리 때는 손 글씨로 편지를 쓰고 전보를 부쳤다’는 말을 하셨다.(웃음) 휴대폰이 생기기 전에는 어디서 만나기로 했으면 거기서 기다리지 않았나. 난 단성사 앞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소통 방식은 변했지만 사랑에 깊게 빠지는 과정은 누구나 다 똑같을 것 같다. “요즘 사람들 너무 빨라”라고 하지만 사랑을 갈망하고 힘든 건 과거에도 현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랑의 깊이도 여전할 것이고. ‘번지점프를 하다’는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평범한 사랑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독일 여행 중이었을 때 함께 경기를 관람하던 노부부가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파티에 간다며 두 손을 잡고 가는 그 부부의 사랑이 정말 위대해 보였다. 우리 작품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 시간이 다 가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만날 걸 그랬다.(웃음)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필석 : 참 잘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두근거리고 설레고 가슴 아픈 작품이다. 드라마는 현실적이지만 이 작품이 표현하는 것은 판타지이다. 누구나 꿈꾸는 사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인우의 대사처럼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것은 엄청난 확률로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며 우리에게 맞닿아 있는 인연들을 생각하고 지나갔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운명이다.

임강희 : 묵직하고 깊고 천천히 하는 사랑을 느끼시고 싶다면 보러 오시길 바란다. 가슴에 번지는, 사랑이 아스라이 번지는 작품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8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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