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웃는 남자’ 신영숙 “준비할 때부터 눈물 쏟았던 작품”

입력 2018-08-21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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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여자는?” 초연 뮤지컬 ‘웃는 남자’(제작 EMK뮤지컬컴퍼니)에서 ‘조시아나’ 캐릭터를 본 신영숙의 반응이었다.

그가 맡은 ‘조시아나’는 ‘사생아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여공작으로 입이 양쪽으로 찢어져있는 기이한 남자 ‘그윈 플렌’의 매력에 빠진다. 그를 차지하려 유혹을 펼치다가도 그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에 차갑게 돌아서는 등 이랬다저랬다 하는 캐릭터. 그러는 가운데 가난한 자들을 위한 그윈 플렌의 마음을 본 후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귀족들 중 유일하게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신영숙에게는 결핍이 있고 오락가락하는 성격에 심지어 나르시시즘까지 지닌 이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고 관객들을 설득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그렇게 머리를 싸맨 끝에 탄생된 ‘조시아나’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환호를 안겨주고 있다. 이에 신영숙은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며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대본에 ‘육욕(肉慾)적인 여자’라고 설명이 있더라고요. (웃음)육체적인 관계에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기에 ‘캐스팅 잘못된 거 아냐?’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제게 너무 새로운 캐릭터였으니까요. 게다가 너무 오락가락하는 여자이기도 하고 그윈 플렌의 매력에 단번에 빠지는 이유가 부족한 것 같았거든요. 관객을 설득시키려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를 했어요.”

모든 역할의 과거가 보이고 설명이 된다면 좋겠지만 방대한 원작을 2~3시간으로 압축시키면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내용도 생기는 법이다. 이에 ‘조시아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신영숙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하고 표현해야 했다. 신영숙은 비슷한 여성상을 찾기 위해 영화 ‘오션스8’을 보러가기도 했다. 이에 ‘앤 해서웨이’를 보며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여러 접근방법을 뒀던 그는 “그윈 플렌의 의외성에 매력을 느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 내 앞에서 굽실되고 나와 엮여보려 하지만 그윈 플렌은 그렇지 않다. 또 신분을 상관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에 조시아나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나온 재벌남의 등에 구두를 던지는 여성에게 뿜어져 나오는 매력 같은 것일까. 그렇게 물으니 신영숙은 “맞네, 맞아. 아마도 조시아나는 ‘네가 감히 내 유혹을 뿌리쳐?’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자기한테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런 면이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신영숙은 지난해 2월 ‘웃는 남자’ 워크숍부터 참여를 했다. 워크숍은 본 공연으로 세워지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판단하는 자리.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습을 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워보고 추가될 것을 연구하고 정리했다.

“워크숍부터 특별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음악이 정말 좋았고 작품이 가진 매력이 있어 꼭 성공할 거라 생각을 했죠. 무엇보다 워크숍에서 즐기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본 공연 무대에 서길 누구보다 바랐지만 캐스팅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운이 좋게도 제가 역할을 맡게 돼서 감사했죠.”

이에 공연의 막이 오르고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자 누구보다 기분이 좋다.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늘 떨리는 마음으로 선다. 아픈 날에도 못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있지만 위기에 닥치면 다 하게 돼있더라”며 “그럴 때마다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으면 공감해주신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라고 말하며 지금까지 함께 준비해온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 미니멀한 무대를 선호하는 편인데 ‘웃는 남자’는 무대가 정말 아름답잖아요.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면서 그렇게 많은 조명은 처음 받아 봐요. 그래서 엄청 뜨거워요.(웃음) 그렇지만 덕분에 좌석 끝자리에도 배우 얼굴이 다 보여요. 전 무엇보다 앙상블 배우들에게 감탄을 했는데요. 재주 부리는 곰부터 도마뱀 소년 등 정말 다재다능한 친구들이 다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곰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에요. 다들 곰과 사진 찍으려고 순서를 기다려요. (웃음)제가 나오지 않은 장면은 뒤에서 볼 때가 있는데 그 친구들이 공연하는 걸 보면 눈물이 나요.”


신영숙은 박효신, 박강현 그리고 그룹 엑소 수호까지 세 명의 ‘그윈 플렌’가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웃는 남자’로 처음 호흡을 맞춰 본 박강현의 팬이 됐고 박효신은 다시 한 번 대단한 배우라고 느끼게 됐다. 또 엑소 수호에게서 그만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세 사람의 매력이 다 다르다. 덕분에 무대 위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강현이는 노래와 연기가 참 깨끗하더라고요. 절대 음감이기도 하고 노래를 말을 하듯이 해서 아름다움마저 느껴져요.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효신이는 말할 게 없는 배우죠. 연기의 섬세함이 느껴지고요. 이번 공연에서는 조시아나의 유혹에 가장 잘 빠져드는 배우기도 해요.(웃음) 수호는 순수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면을 많이 발견했고요. 그리고 수호랑 공연을 하면 관객석에서 숨소리가 안 들려요. 얼마나 집중하고 보는지 느껴져요. 하하. 그리고 해외 스케줄도 많은데 연습도 참 열심히 해요. 그룹 리더라서 그런지 진득한 면도 있고요.”

‘웃는 남자’에서 보이는 신영숙의 특별한 존재감은 여러 작품에서도 빛난다. ‘모차르트!’에서 그의 ‘황금별’을 안 듣고 나오면 뭔가 찝찝하고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에서 그가 빠지면 이상할 것 같을 정도니까. 이번 작품에서도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든 신영숙은 “제 노력이 무대 위에서 보인다는 의미 아닐까. 배우의 대표 캐릭터는 관객들이 정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너무 조마조마했던 작품이어서 그런지 그 말을 꼭 믿고 싶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영숙이 ‘웃는 남자’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묻자 “한국 뮤지컬의 자부심을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뮤지컬이 이 정도까지 발전됐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웃는 남자’가 아닐까 싶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무대에, 다재다능한 배우들 그리고 수년간 이 공연 하나를 위해 달려온 제작진의 노력의 총 집합체예요. 게다가 시대가 갖고 있는 아픔, 그로 인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니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감동 받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웃는 남자’는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후 9월 5일부터 10월 28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공연문의는 EMK뮤지컬컴퍼니.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E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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