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선영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입력 2018-09-21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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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어요. 그런데 이게 한국에서 공연이 되고 제게까지 오게 돼서 마냥 신기하기만 해요.”

평범하게 살아가던 프란체스카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로버트처럼 배우 김선영에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찾아왔다. 김선영은 20대 시절 영화에서 프란체스카를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을 보며 감탄을 했고 장면 하나 하나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그는 “내가 그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3시간 동안 프란체스카의 삶을 살면서 스스로도 충만한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았어요. 자연스러운 인연이 좋듯이 이 작품이 알맞은 타이밍에 제게 왔어요. 영화를 봤기에 낯선 기분은 전혀 없었지만 뮤지컬이란 장르는 또 다르잖아요. 몸으로 부딪혀야 하고 역할이 갖고 있는 감정의 흐름이 쉽지 않았기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언제나 큰 숙제가 있다. 일명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프란체스카를 제외한 가족들이 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떠난 사이 그를 찾아온 로버트와의 4일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불편한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에 무대에 서 있는 배우와 보는 관객들이 공감을 형성하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기도 한다.

“억지로 설득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배우가 어떠한 초점을 두고 연기할 것인가가 관점인 것 같아요. 단순히 ‘첫 눈에 반했어요’라는 이유는 설득되지 않을 거예요. 다행히 뮤지컬에서는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프란체스카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어떻게 미국 아이오와주까지 오게 됐는지 설명이 나오잖아요. 로버트를 만난 프란체스카는 고향 나폴리를 떠올리며 그리워하죠. 그러면서도 미국에 오기 전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랐을 거예요. 그런 그리움을 불러와준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겐 새로움이었고 그리움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상상을 하면, 프란체스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곤 해요.”


갑지가 궁금해졌다. 배우 김선영의 자아성찰은 언제쯤일까. 그는 “남편과 엄마로 그리고 배우로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람 김선영으로서는 그리움에 뒤돌아보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라며 “그래서 가끔 내가 연기를 하다 보면 프란체스카에게 미안한 순간이 있다. ‘그는 어떻게 모든 걸 누르면서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배우로서 나를 뒤돌아보는 경우가 있어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후 4~5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당시에는 ‘배우’로 나아가는 길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것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체계적으로 나가는 방법을 몰랐던 거죠. 제가 야생마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스스로 ‘배우’라 불리는 게 부끄러울 정도였죠. 그런데 ‘마리아, 마리아’,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하면서 연기하는 법을 몸에 익힌 것 같아요. 거기서 연기에 대해서 조금 재미를 느꼈고 배우로서의 본능과 체계의 밸런스를 맞추게 된 것 같아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음악에 대해 빼놓을 수가 없다. 토니어워즈 음악상에 빛나는 아름다운 음악이 가득하다.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곡들로 구성된 노래들이 무대에 가득 채워져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한다. 김선영은 “첫 곡을 부를 때부터 작품에 스며들 수 있는 흡입력을 갖고 있는 넘버들이다”라고 말했다.

“뇌리에 남는 넘버는 없어도 가랑비 옷 젖듯이 잔잔히 마음 속을 스며드는 것 같아요. 음악에 드라마가 묻어 있기 때문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음악이 완성시켜주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나오는 첼로 소리가 너무 좋아요. 첼로의 음을 들으면 작품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집중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우리 공연의 특징인 것 같아요.”


상대역인 박은태, 강타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엘리자벳’(2012)이후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박은태에 대해서는 “’엘리자벳’ 때도 박은태가 루케니여서 얼굴 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라며 “이번에 상대역으로 제대로 만나 기쁘다”라고 말했다. 김선영은 연습과 공연 초반에 강타와 호흡을 많이 맞췄다며 “강타가 무대에 올라가서 사람을 가끔씩 깜짝 놀라게 한다”라며 “첫 작품을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배우라 재미가 더 있어요. 우선,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정말 좋아요. 원래 사람이 착해서일 수 있지만 그래도 가요계에서 정상을 찍고 온 사람이라 고민도 많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강타는 이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이 일에 임했어요. 이후 첫 공연을 올렸는데 처음이지만 무대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내공이 빛나더라고요. 기술적으로는 완성됐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를 뛰어넘는 여유와 순발력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서로 믿고 가고 있어요. 그리고 굉장히 열정이 강한 사람이더라고요. 거침없이 부딪히는 모습을 보니 좋은 모습들을 많이 발견하고 있어요.”

김선영은 배우 생활 뿐 아니라 후배 양성에도 노력 중이다. 현재 부산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 뮤지컬전공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부산에서 지낸다. 활동을 하며 부산을 오가며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가르치는 것을 계속 생각했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며 제가 느꼈던 것이 무엇인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때와 기회가 찾아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요. 단순히 꿈과 환상이 아닌 자신만의 ‘무언가’를 발견하게끔 해주고 싶어요. 언젠가는 제 후배로 들어올 수 있는 친구들이니 현실적인 점도 알려주려고 해요. 학생들이 진지하게 대하고 있어서 그들의 작은 몸짓을 보며 저 자신조차 지경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날들이 제게 와서 정말 감사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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