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엘리자벳’ 박강현 “내 루케니의 매력은 귀여움”

입력 2019-01-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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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수상 소감요? 기분이 정말 좋고 그 동안 해왔던 게 절대로 헛된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정신없이 달려와서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아, 나 신인이었지’라는 생각에 초심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여전히 열심히 달려야 할 때라는 걸 다시금 느꼈고요. 상을 받아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은 없는데 힘이 됩니다.”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웃는 남자’로 신인상을 수상한 박강현은 차분히 생각하며 조심스레 소감을 전했다. 대형작품, 그리고 초연의 타이틀로 무대에 오른 그에게서 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을 터. 그럼에도 “실제로 들이닥쳤을 때는 오히려 담대한 마음을 가지고 했다”라며 “분량보다는 본질에 충실하자 다짐했다.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상도 상이겠지만 그는 지난해 뿌듯한 한 해를 보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부터 ‘킹키부츠’, ‘웃는 남자’ 그리고 공연 중인 ‘엘리자벳’ 등 작품을 쉴 새 없이 하고 있고 ‘팬텀싱어2 콘서트’와 ‘미라클라스 콘서트’도 열어 팬들과 만나며 보람찬 시간을 보내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됐다.

올해의 첫 시작은 지난해에 이어 ‘엘리자벳’이다. 그가 맡은 ‘루케니’는 여왕 ‘엘리자벳’에게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흉기로 가슴을 찔러 살해를 한 무정부주의 암살범인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죽기를 원하는 엘리자벳의 모습에 ‘죽음(Todd)’이 그를 이용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강현은 역을 맡기 전 ‘엘리자벳’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로버트 요한슨이 이 역을 제안했을 때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고.

“로버트 요한슨 연출이 ‘웃는 남자’ 공연 초반에 ‘유 아 루케니(You are Lucheni)’라고 해서 제가 ‘왓?’(What?)이라고 물었어요. ‘엘리자벳’을 잘 몰랐거든요. 주변 배우들에게 물어봤는데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했어요. 내레이터와 같은 역할을 한 적이 없어서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막상 연기를 하니까 재미있어요. 흥도 나고 ‘엘리자벳’에서 유일하게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장면에 루케니가 들어가잖아요.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박강현에게 ‘루케니’는 큰 도전이었다. 언제나 극 안에 들어가 그 사람이 돼 내면을 연기했다면 ‘엘리자벳’에서는 지켜보는 자로 감정이 흔들리지 않은 채 있어야 했다. 그는 “엘리자벳이나 등장인물은 다 슬픈 장면인데 전 분위기를 반대로 만들어놔야 하는 것도 큰 도전이었다”라며 “관객이 앉아있는 곳으로 나가서 하는 ‘키치(Kitsch)’ 장면도 재미있다. 근데 연기를 하다 실수로 관객 분의 발을 밟은 적이 있다. 너무 죄송했지만 연기를 이어나가야 해서 눈빛으로 사과를 전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넘버에 대해서도 “원래 악보는 그렇지 않았는데 전 공연에서 ‘루케니’를 하신 선배들이 가창력이 뛰어나셔서 높여져 있더라.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목을 풀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루케니’를 하는 배우는 이지훈과 강홍석이 있다. 이미 수차례 역할을 맡았던 이지훈과 박강현처럼 처음 해보는 강홍석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는 “지훈이 형은 어떻게 하는지 잘 알고 있어 굉장히 노련하시다. 홍석이 형은 에너지가 넘친다. 정말 날것의 느낌이 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나는 가장 어린 루케니라 까부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귀여운 모습도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형들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당시를 상상하면서 이 인물이 어떻게 해야 비정상적으로 보일지 대화도 나누고 장면을 연습하며 연기의 강약조절을 하는 등 연구를 많이 했어요. 제 연기 스타일이요? 저는 최대한 쓴 의도를 잘 파악하려고 해요. 제작진들이 고민을 해서 만든 작품이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루케니를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가장 좋은 모습을 무대에서 보이려고 했어요.”

법적으로는 올해가 서른이라는 박강현은 “어렸을 때는 30세를 생각하면 굉장히 어른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막상 내가 서른이 되니 어릴 때와 달라진 점을 못 찾겠더라”며 “의학기술이 발전해서 평균수명도 길어졌고 ‘지금 서른이 예전 서른이 아니다’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 않나. 나도 스스로 20대 중반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철없는 시기다”라며 웃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잖아요. 내면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인군자가 되겠다는 건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쳤을 때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인생에서 그릇된 선택을 한 적은 별로 없지만 현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제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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