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증인’ 정우성,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던 이유

입력 2019-02-21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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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사람들과 함께 걷는데 기분이 참 좋았어요. 늘 세트장에만 있다가 내가 살고 있는 일상적인 공간에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일상’에 대한 특별함, 그리고 아쉬움이 늘 있거든요.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 한복판에서 그들과 섞여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웠어요.”

‘자유’와 ‘치유’. 배우 정우성이 영화 ‘증인’을 홍보하며 입이 닳도록 한 말이다. 그 만큼 스크린 안에 정우성은 꾸밈이 없는 연기를 펼쳤다. 과격한 액션이나 신경이 예민해질 정도로 센 연기도 없었다.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는 그냥 ‘정우성’이기만 해도 됐다. 그 정도로 가장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 역시 “‘순호’는 내가 맛보고자 하는 일상을 대리만족시키는 캐릭터였다”라며 “그렇기 내가 다분히 녹여져 있다”라고 말했다.

“편하게 연기했어요. 이번엔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거나 자기 자신을 감추려고 움켜지는 그런 역할이 아니니까요. 연기를 하면서 좋은 숲 속에서 숨을 쉬는 것 같았어요. 촬영하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감정도 생겼죠. 배우가 참여하는 영화가 사회적인 요구나 분위기 등을 반영하는 영화들이 나올 때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갈증을 접어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증인’은 달랐죠. 내가 원했던, 의도하지 않고 꾸미지 않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연기 파트너였던 김향기, 그리고 아버지 역할로 나온 박근형 그리고 연출자인 이한 감독까지 함께 하며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17년 전 김향기와 CF촬영을 하며 만났던 때를 언급하며 그는 “그 때 그 아이가 향기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단지 김향기라는 배우가 이런 작품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지켜봤고 이 영화로 만나게 돼서 기뻤을 뿐이다”라며 “흐뭇하다고 할 자격은 없지만 잘 자랐다는 느낌은 들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선배로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하진 않았다. 정우성은 “무대 위에 올라서는 순간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함께 하는 배우 모두가 동등한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며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으로 가장 놀라운 건 혹시 자신이 연기하는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아이를 보고 누군가 상처를 입지 않을지 염려하는 김향기의 모습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이 들었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와 반대인 상황에서, 박근형 선생님께서도 ‘선배’ 대접을 받으려고 하시지 않으셨죠. 선생님은 영화 작업 자체를 존중하고 즐기시는 분이셨어요. 그런 분을 순호의 아버지로 만나게 돼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죠. 이한 감독님 역시 성향이 따뜻하시고 관계를 존중해주셔서 그런 촬영장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지우가 순호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물음은 보는 관객들도 자기 자신에게 해보는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성에게 좋은 사람은 어떤 의미이며 누구를 말하는 것일지 묻자 주저 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끊임없이 물어보며 노력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뭔가를 하고 있는 어딘가에서 나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 사람인지, 사회 안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끊임없는 생각하는 사람, 또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좋다’라는 것은 상대적인 의미일 수 있다며 그 간극을 좁혀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누군가의 행동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정당하고 정의에 부합된다고 하더라도 시대가 바라지 않을 수 있다. 그 반론 역시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꾸준히 대화를 하고 함께 길을 나아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금이 사회적으로 당연시되던 편견이나 오해, 차별에 대해 전환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이야기를 해보면 유연한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청년과 기성시대,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육이나 학력에 대한 여러 가지 화두가 있어요. 인간으로서의 존중에 대한 문제까지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상실과 침묵의 시대가 겹쳐져 있는 현 시대에서 이제 뭔가 바르게 잡아가려고 하는 의지들이 생겨 다양한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로 인한 사람들의 갈증이나 바람이 있고요. 사소한 것부터 지켜보다 보니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고 사회적인 여러 요소들을 접하니 사고가 확장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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