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그만 좀 차였으면” 순정마초 고준, 연애와 연기 사이의 딜레마

입력 2019-05-24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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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그만 좀 차였으면” 순정마초 고준, 연애와 연기 사이의 딜레마

뽀글뽀글 파마머리의 ‘유령’을 기억하는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배우 고준이 자신의 얼굴을 알린 작품은 영화 ‘타짜-신의 손’이었다. 당시 그의 활동명은 본명 김준호. ‘타짜-신의 손’에서 아귀의 조카로 주인공 함대길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령’을 연기한 그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건달 캐릭터를 위해 전라도 형님들을 찾았다. 실제로 ‘그 세계’에 몸담고 있는 ‘형님’들을.

“보통의 전라도 사람이 쓰는 사투리로는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인 거예요. ‘그 분’들이 쓰는 특유의 뉘앙스가 있는데 그걸 체득하고 싶었어요. 지인을 통해 형님을 소개받았고 전라도에 내려가서 두 세달을 동고동락했죠.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영화 ‘변산’ 때도 다시 내려가서 보름 정도 교정을 받았어요. 이제는 완전히 체득되어서 내려가진 않아요. 하하”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마초적인 캐릭터를 다수 소화한 고준. 영화 ‘변산’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어딘가 어수룩한 건달 용대를 연기했고 영화 ‘청년경찰’에서는 절대 악에 가까운 조폭 보스 영춘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달 종영한 SBS ‘열혈사제’에서는 전직 조폭 보스 출신의 무역회사 대표 황철범을 연기했다. 하지만 고준의 고향은 놀랍게도 서울이다.

“연기할 때 사투리를 많이 써서 배어버렸어요. 지금도 섞여 있죠. 약간 박찬호 선수처럼…. 하하. 이젠 제 고향말 같아요.”


사투리만큼 익숙한 배우 고준의 또 다른 장점은 듬직한 체격에서 나오는 묵직한 액션. ‘열혈사제’에서도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잘 소화한 게 아니라 잘 찍어주신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잡기가 많은 편”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나이 들어서 이젠 쉽지 않아요. 힘들어요. 하하. 그래도 젊을 때 해둔 것들이 활용되는 게 신기해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선배들이 ‘지금의 경험들이 연기로 쓰일테니 하루하루를 소중히 기억해둬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멀리 있던 말이었는데 지금은 이해돼요. 골프 킥복싱 댄스 등 과거의 많은 경험이 연기에 도움 되더라고요.”

‘열혈사제’에 합류할 시기 고준은 주연으로 이끌 수 있는 영화를 고심하고 있었다고. 그럼에도 ‘열혈사제’를 선택한 건 함께하는 배우들 때문이었다. 고준은 “김남길 이하늬 김성균이 한다는데 안 할 이유가 있나.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남길의 작품 운용 능력과 이하늬의 순발력과 연기적 자세 그리고 ‘연기 장인’ 같은 김성균의 표현력에 대해 감탄했다. 다만 ‘건달’ 이미지의 고착화와 탈피에 대해서는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악역이고 또 깡패잖아요. 더 이상 보여줄 만한 색깔이 없을까봐 걱정했어요. 고갈된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감독님이 ‘황철범을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약속해주셔서 임했어요. 사실 이전에는 소모되는 느낌도 들고 당하는 기분도 들어서 상처받을 때도 있었거든요. ‘열혈사제’는 작가님도 ‘단순한 악역으로 그려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는데 수렴해주셨어요.”


고준은 인터뷰 내내 황철범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철범을 연기하면서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변산’ 때는 사실 그런 욕구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 고백했다.

20% 이상의 시청률로 입증된 작품에 대한 인기만큼 배우 본인에게 쏟아진 관심과 사랑에 대해서는 쑥스러워했다. 고준은 “신기하다. 악역이 왜 사랑받나 싶다. 여전히 미지수로 남았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 ‘으른 섹시’ ‘퇴폐미’ 등의 조합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었다.

“여성분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섹시하려고 노력한 게 없는데…. 저도 로맨틱 코미디를 정말 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작품이 안 들어와요. 아직도 건달 깡패 역할이 더 많아요. 거울을 보면 스스로 되게 촌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섹시하다는 말도 들으면 기분 좋고요. 축구선수 스타일이요? 축구 되게 못해요. 하하.”


올해 마흔둘이 된 고준은 연애 관련된 질문에 갈급함을 더해 대답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에 대한 열정도 가득하다는 고준. 연애와 일의 상충은 그의 큰 고민거리인 듯 했다. 이상형은 ‘눈빛에 페이소스가 있는 여자’. 연민, 동정, 슬픔의 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일컫는 ‘페이소스’라니. 고준은 “아무리 예뻐도 페이소스가 없으면 이성적인 호감을 못 느낀다. 보호 감정이 생기는 사람에게 더 끌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외적인 면에서는 팔다리가 길고 비율이 좋은 스타일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연애 정말 하고 싶어요. 그만 좀 차였으면 좋겠어요. 하아. 무뚝뚝 하다기 보다는 마음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표현을 더 못하는 편이에요. 너무 떨리니까. 사람마다 마음의 문이 열리는 속도 다르잖아요. 저는 되게 천천히 열리거든요. 2년 정도에 만개하는 스타일이에요. 마지막 연애가 벌써 몇 년 전이네요. 말도 되게 잘 듣고 시키면 다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제가 워낙 일에 미쳐있어서 물리적으로 만날 시간도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일도 다 정리하고 연애하고 싶어요. 정말.”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비에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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