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③] 장광 “연기 잘하려 선택한 성우, 1대 미키마우스”

입력 2018-05-16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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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토크②에서 이어집니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장광은 성우이기도 하다. ‘미키마우스’, ‘슈렉’, ‘라이온킹’의 ‘티몬’ 등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있으며 외화로는 게리 올드먼, 리엄 니슨 등이 맡은 역할들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성우로서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인쇄하면 A4용지로 10장이 넘는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의 목소리 연기를 들었을 법한 정도의 양이다. 그 만큼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했다.

장광은 어떻게 성우를 시작하게 됐을까. 연극배우였던 그는 제작극회 사람들과 연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중에는 성우 출신이 있었다. 그들의 발성이나 발음 등을 들으며 세세한 연기력에 감탄을 했다고. 장광은 “주로 대극장에 많이 섰던 나는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연기를 전달해야해 해서 목소리의 크기 등을 신경을 더 썼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나와 반대 성향으로 연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매력을 느낀 것 같았다. 성우를 하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성우를 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배울 건 배우고 다시 연극배우를 하려고 했는데 목소리 연기도 쉽지 않았어요.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 짧은 시간에 다 배울 수가 없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와 결혼도 하고 성우를 하면서 연극과 병행을 하며 살았죠.”

그가 성우를 했던 시절은 외화가 붐을 일으키던 시절이었다. 당시 인기 있는 외화와 애니메이션은 성우들이 더빙을 해서 TV로 방영됐다. 주말 밤만 되면 모두들 TV 앞에 모여앉아 외화 더빙 영화를 봤고 어린이들은 일요일 낮에 디즈니 TV 애니메이션을 보기 바빴다. 덕분에 장광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연기했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그는 “목소리로 캐릭터에 새 생명을 주는 것이 아닌가. 내 연기에 도움도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디즈니 인기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다. 성우로서는 한국의 ‘제1대 미키마우스’인 장광은 오디션 날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말했다.

“아마 그 때가 디즈니사가 한국에 ‘입성’할 때였어요. 당시 미국에서 ‘미키 마우스’는 남자 성우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남자 성우가 해야 한다는 방침이 있었죠. 근데 알다시피 미키마우스 목소리가 굉장히 높고 아이 같잖아요. 30대 남자 성우들이 그 목소리를 내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어요. 프로 성우들도 쩔쩔 맸었죠. 사실 저는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가성으로 하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을 했고 제작진들도 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죠. 그래서 제가 초대 미키마우스가 됐어요.”

장광은 5~6년간 ‘미키 마우스’로 활약했다. 현재는 2대 ‘미키 마우스’로 다른 성우가 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엄청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1969년 연극배우 첫 데뷔한 장광은 1978년 DBS에 성우 입사했다가 언론통폐합에 따라 KBS 15기 성우로 활동 중이다. 배우뿐 아니라 성우로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지금은 시절이 많이 좋아져서 녹음을 하는 게 굉장히 편해졌다”라며 “그 때는 기술이 발전이 안 돼서 절대 실수하면 안 됐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모든 게 디지털이니까 틀리면 다시 해도 되는데 예전에는 필름으로 영상을 틀었으니까요. 그 때 필름 가격도 무척 비쌌기 때문에 스크래치라도 날까 전 성우가 모여 합동 시사를 했었어요. 녹음 전 영화를 볼 기회는 그 때가 전부였죠. 그래서 제가 맡은 역할이 언제 나오는지는 어디서 연기를 해야 할지 잘 봐야 하죠. 그런데 선배들이 담배 심부름을 시키면 또 해야 하니까 갔다 오면 제 역할은 이미 지나칠 때도 있었죠. 그러면 얼마나 마음이 초조한지 몰라요. 틀리면 안 되니까요. 게다가 그 때는 지금처럼 끊었다 다시 가는 시스템도 아니었거든요. 틀리면 처음부터 다 다시 해야 하던 시절이라 긴장을 참 많이 했었어요.”

올해로 연기자로 살아온 세월이 40년이 넘었다. “너는 연극영화학과에 가라”고 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배우가 된 장광은 “어머니가 깨어있는 분이셨을 지도 모른다. 내가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신 걸지도 모르고. 어머니 덕분에 연기를 하게 됐고 지금까지 배우 생활을 하며 힘든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연기자를 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거나 하진 않았어도 끊임없이 일이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에 스타가 되지 못했던 걸 아쉬워했던 것 같아요. 제 동기동창이 이덕화인데 당시에 청춘스타로 정점에 오른 모습을 보며 부럽기도 했거든요. 어찌 보면 성우 쪽으로 더 열심히 했던 것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강산이 네 번 변했지만 장광은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인물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참 재밌다”라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작품 잘 봤다’라는 말을 듣는 게 가장 뿌듯하고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연기’라는 것은 만족감과 아쉬움을 동반하는 작업인 것 같아요. 모니터로 봤을 때는 제 부족한 연기력에 마냥 아쉬운데 관객들이 호평을 하면 만족함을 느끼는 참 아이러니한 작업이죠. 그러면서 제가 연기하고 있음에 감사하죠.”

언젠간 연기의 고향이기도 한 무대로도 돌아가고 싶다고. 그는 “두려운 것은 무대 연기를 할 만한 에너지가 있는지 여부다. 얼마나 큰 에너지를 뿜어야 하는 걸 알기 때문에 돌아가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언젠간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대에도 올라서고 싶다”고 말했다.

장광은 어떤 연기자로 남고 싶을까. 그는 두말없이 “믿고 보는 배우”라고 답했다.

“저 배우가 나오면 볼만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것만으로 연기자에게 극찬은 없을 것 같네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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