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③] 최정원 “30년째 뮤지컬에 콩깍지…나의 꿈은 여전히 배우”

입력 2018-06-20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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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②에서 이어집니다.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처음 무대에 선 최정원은 올해로 데뷔 29주년을 맞이했다. 30년을 1년 앞둔 소감을 물어보니 “이제 절반 밖에 안 했다. 이제 30년 더 해야지”라는 말을 남겼다. 30주년이라고 해서 거창한 행사를 하진 않을 예정이다. 지금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부끄럽다고도 했다. 최정원은 “내가 70세가 되면 대략 50주년이 될 테니 그 때는 콘서트를 해보고 싶다. 나와 함께 했던 관객들과 함께 ‘아가씨와 건달들’부터 앞으로 제가 하게 될 공연의 넘버들까지 다 불렀으면 좋겠다. 아마도 소녀가 된 70대 할머니를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처음 섰던 무대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잠실에 있는 한 예술극장에서 했던 ‘아가씨와 건달들’이 바로 그의 데뷔작이다. 동료배우 남경주와 함께 1년 6개월을 넘게 훈련을 받고 난 뒤 선 무대였다. 앙상블이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자신에게 시선을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어떤 기분마저 들었냐면, 관객들이 나를 보러 와주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약간 엉뚱했던 것이 학교 친구들 역시 나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학교에 가니까 친구들이 학교에 오고 내가 집에 가면 친구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굉장히 엉뚱하죠? 그런데 데뷔한 날, 저는 정말 먼지만한 존재일 뿐인데 뭔가 모든 조명이 날 위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첫 대사를 얼버무렸던 일도 말했다. 그는 “당시에 내가 ‘가자, 아델레이드’라는 한 마디 대사가 있었다. 그걸 잘 하려고 정말 얼마나 연습을 했겠나. 막상 대사를 하려는데 정말 심장이 보일 것 같았다”라며 “그런데 결국 발음을 얼버무렸다. 시쳇말로 대사를 씹었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춤추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몰라요. 그 대사 후 계속 춤을 춰야 하니까 웃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 공연이 끝나고 한 관객이 저한테 오더니 ‘공연 보면서 팬이 됐어요. 얼마나 눈이 반짝 거리던지 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울어서 눈이 그렇게 보였던 건데 말이죠. 사인을 받으시고 싶다고 하셔서 사인을 한 후에 ‘언제나 처음처럼, 처음을 언제나처럼’이라고 써드렸어요. 그런데 정말 이게 내 인생 좌우명이 됐어요. 그래서 같은 공연을 500번을 하고 1000번을 해도 매일 첫 공연 같아요. 뮤지컬을 향한 콩깍지가 30년째 단단히 씌였죠.”

최정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뮤지컬 1세대’ 배우이다. 순탄하지 않은 길을 그가 걸어왔기에 수많은 배우들이 뮤지컬에 도전할 수 있었고 지금의 뮤지컬 시장이 형성돼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개척자인만큼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았다. 그는 “지금은 여기저기서 뮤지컬 홍보를 하고 뮤지컬 학과도 생겼지만 예전에는 ‘뮤지컬 한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웃었다”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들이 공연 전에 프로그램북도 팔았다. 그리고 밖에 나와서 전단지도 돌렸고 티켓을 100장씩 사서 지나가는 분들에게 팔았던 기억도 난다. 그게 우리의 개런티이기도 했고.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티켓을 잘 팔았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남경주 씨나 저나 방송 활동 없이 오로지 무대만을 고집했지만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정말 행복한 뮤지컬 배우로 살고 있죠. 우리가 처음이라 감사하고 시발점이 됐다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죠. 더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우리 개런티를 줄이고 스태프이나 앙상블을 더 챙겨야 한다는 마음도 있어요. 특히 우리가 처음 무대를 시작했을 때는 우리도 무대를 만들고 철거도 함께 했거든요. 조명도 설치하고…. 그래서 무대에 대한 애착이 크고 스태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고 있기에 그들을 더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후배들 역시 롤모델을 꼽으라면 ‘최정원’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공연 한 번을 하고 커튼콜에 올라간 것 같은 기쁨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그런 말을 당사자 앞에서 말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너무 고맙고 그 후배와 내가 잘 지내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뮤지컬 배우요. 톱스타도 아니고 최고도 아닌 무대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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