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홍지민 “삶의 우선순위?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입력 2018-09-06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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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1996년 서울예술단에 들어가 배우 생활을 시작한 홍지민은 어느덧 23년차가 됐다. 서울예술단 ‘애랑과 배비장’(1996)에서 물동이 드는 여인 역부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특별공연이었던 ‘넌센스’에서 허버트 원장 수녀 역을 맡았다. 홍지민은 “당시만 해도 나는 서울예술단이 뽑는 단원 기준에 맞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단원을 보면 보통 클래식 음악, 무용 전공자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뽑혔던 시기가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성악 전공이 아닌 제가 뽑힌 게 이례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발성도 완전 다르기도 했고 외형적으로도 서울예술단 단원들과는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넌센스’ 공연 때 ‘허버트 수녀’역을 맡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요.”

앞서 말했듯, 홍지민의 어릴 적 꿈은 가수였다. 그랬던 그가 연기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교회를 같이 다녔던 오빠와 연극 ‘유리동물원’을 보러 간적이 있었다. 그 작품 때문에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들어갔다. 이후 한창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교수님께서 뮤지컬을 해보라고 추천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일본 극단 사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고 나서예요. 그런 공연은 처음 봐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일주일동안 그 공연만 생각이 났죠. 이후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교수님께서 서울예술단을 들어가면서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게 됐어요.”

극단을 나온 후 홍지민은 뮤지컬 ‘메노포즈’, ‘톡식히어로’, ‘브로드웨이 42번가’, ‘캣츠’, ‘맘마미아’, 드라마 ‘조선에서 왔소이다’, ‘온에어’, ‘태희혜교지현이’, ‘광고천재 이태백’, ‘미스코리아’, ‘무림학교’ 등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콘서트나 토크쇼 등에서도 입담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연기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물었다. 어떤 작품이든 다 어렵지만 뮤지컬 ‘스위니 토드’(2007)만큼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고 한 홍지민은 “연습도 어려웠지만 내가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손드하임 작품이 정말 어렵잖아요. ‘스위니 토드’는 리듬을 익히는 것도 참 어려웠어요. 러빗 부인은 대사도 많은데다 불협화음인 듯 아닌 듯 노래를 불러야 했어요. 정말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열심히 하고 힘들게 했던 작품이 ‘스위니 토드’였어요.(웃음) 그리고 그 때 제가 인지도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만 해도 저희 작품이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어서 제가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지금처럼 알려진 배우는 아니어서 큰 효과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 이후에 방송을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홍지민은 ‘워킹맘’이기도 하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그는 예전에는 ‘일’이 우선순위였다면 지금은 ‘나’와 ‘가족’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둘째 언니가 세상을 떠나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일도 중요하지만 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나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돌보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됐다”라고 말했다.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이라고 하잖아요. 예전에 어떤 책을 봤는데 배우가 건강하게 일을 하려면 일과 일상이 분리가 돼야 한다고 쓰여 있더라고요. 무릎을 탁 쳤죠. 예전 제 삶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후에는 무대 위에서는 배우 홍지민으로 집에서는 아내이자 엄마 홍지민 그리고 사람 홍지민으로 살기 시작했어요. 현명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홍지민의 인생 목표를 물으니 ‘몸 건강, 마음 건강’이란다. 최근 약 30kg 감량으로 화제가 됐던 그는 “단순히 살을 빼려고 다이어트에 도전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그런데 건강해지려고 하니 다이어트가 되더라”고 말했다.

“일을 더 많이 하고 돈을 더 많이 벌수도 있겠지만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많은 분들이 제게 다이어트를 많이 물어보세요. 방송에서도 말했지만 칼로리 계산해서 먹으면서 살을 뺐거든요. 그런데 제 목표는 건강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이건 건강에 안 좋아’라고 생각하면 안 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체중을 줄일 수 있게 된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많은 일을 겪으면서 마음이 건강한 것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뉴스 보면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잖아요. 그래서 우리 모두가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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