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 ‘50주년’ 괴짜 전유성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야 재밌죠”

입력 2019-05-1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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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래퍼 아웃사이더의 ‘Motivation’ 가사의 일부다. 아마도 개그맨 전유성의 지난 ‘반백년’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표현이지 않을까. 그는 정말 빨랐고, 또 달랐다.

전유성의 시작점은 사실 개그맨이 아닌 정극 배우였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우연히 방송 원고를 쓰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전유성은 개그맨 활동과 더불어 공연 연출, 작가, 극단 운영, 저서 집필 등 다방면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해왔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곧 전유성의 ‘길’이었다.

“한 뿌리의 다른 가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해온 것들은 여러 종류지만 모두 같은 뿌리의 가지들이죠.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볼 때의 즐거움이 있어요. 기획의 즐거움,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만든 전유성. 전국 최초로 코미디 학과의 교단에 서기도 한 전유성은 코미디 극단을 운영하는 등 후배 양성에도 힘써왔다. 극단은 신인들을 위한 기회의 장이었다.

“선배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신봉선 황현희 박휘순 김민경 김대범 조세호 등 방송국에 가서 스타가 된 친구들이 꽤 많죠. 스타가 되기 전이었지 다들 끼가 있는 친구들이었어요. 내가 발굴했다기보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온 거고 제가 먼저 봤을 뿐이죠. 단순히 기회의 장을 열어준 거고요. 매니지먼트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잘 하지도 못하고요. 후배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버는지 다 아는데 선배인 제가 그들의 수입을 몇 퍼센트 떼어서 가진다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어요.”


다음주 1000회를 앞둔 KBS2 ‘개그콘서트’의 시작도 함께했다. ‘개그콘서트’의 창시자로 알려진 것에 대해 전유성은 “연출을 했을 뿐이고 기획은 백재현이 했다. ‘같이 하자’는 말에 선배로서 동참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개그콘서트’ 1000회를 축하하며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개그콘서트’ 덕분에 직업을 유지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견스럽다”고 함께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개그콘서트’ 등 코미디 프로그램의 약세와 기타 예능의 대세를 냉철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흐름도 바뀌어가는 거죠. 새로운 무대가 생겨나지만 ‘웃음을 준다’는 건 똑같다고 생각해요. 유튜브든 팟캐스트든 개그맨들은 언제 어디서나 지금도 ‘웃기는 일’을 다 하고 있잖아요. 무대가 다를 뿐이죠.”


전유성의 무대도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아 스탠딩코미디 공연의 전국투어에 나선다. 11일과 12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6월 전라도와 제주도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데뷔한 지 50년이나 된지 몰랐어요. 나도 놀랐죠. 저는 처음에 할 생각이 없었는데 후배들이 공연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어요. 저는 집안 정리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끌려서 하게 됐네요. 하하. ‘설마’하고 태국 여행을 떠났는데 다녀왔더니 추진을 다 해놨더라고요. 후배들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덕분에 하게 됐습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무대에 서도 연기를 못해서 늘 받쳐주는 역할만 했는데 제가 스탠딩코미디라니. 너무 떨리네요.”

전유성의 공연에는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함께한다. 이홍렬 전영록 이영자 임하룡 최양락 등 든든한 후배들이 함께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길치였고 박치였고 또한 삶치였다”며 “때로는 틀린 길을 가기도 했고 후회가 남는 순간도 많았다”는 전유성. 하지만 그의 곁에 남은 사람들과 그가 남긴 행보들을 볼 때 전유성의 50년은 값진 시간이지 않았을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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