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대종상 영화제, 대충상-참가상-대리수상 ‘망신 3관왕’ (종합)

입력 2018-10-23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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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시상식은 늘 화제가 된다. 배우들의 멋진 의상부터 수상자들의 인상적인 수상 소감 그리고 축하 무대는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시간이 지나도 회자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종상 영화제는 예외다.

22일 있었던 제55회 대종상 영화제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남긴 채 끝이 났다. 함께 했던 시청자들은 영화인의 수상의 감격 대신 보는 내내 실소를 해야 했다. 후보로 오른 배우, 영화인들은 대거 참석하지 않아 대리 수상이 남발했다. 게다가 해당 영화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 무대에 올라 대신 상을 받는 일이 발생해 논란을 더했다.

트로트 가수 한사랑이 그 주인공. 한사랑은 영화 ‘남한산성’의 일본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가 수상한 음악상 트로피를 대신 받았다. 그런데 동시에 ‘남한산성’ 제작사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가 수상을 하러 자리에 나오는 모습이 전파를 탄 것. 하지만 이미 무대 위에는 한사랑이 있어 김지연 대표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사랑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너무 바쁘셔서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저는 가수 겸 배우 한사랑입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했다. 이후 촬영상 대리수상을 위해 무대로 올라온 김지연 대표는 “시상식 진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대리수상을 위해 참석했는데 상관없는 분들이 수상했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조명상’을 수상한 ‘남한산성’팀은 대종상 영화제 측으로부터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고.


대종상 영화제가 끝난 뒤 대중들은 어리둥절했다. 보통 대리수상은 해당 영화 관계자들이 트로피를 받는다. 그런데 류이치 사카모토와 아무런 연도 없는,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도 않은 가수 한사랑이 대리수상을 한 것이 이상할 수밖에 없다. 이에 개탄스러운 반응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대종상 논란은 다음날까지도 화제가 됐다. 가수 한사랑은 단숨에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좋은 반응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에 대해 한사랑은 2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종상을 주최한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한 간부가 대종상 시상식 대리수상을 부탁했다. 갑작스러웠지만 알겠다고 했다”라며 “트로피는 이미 수상한 ‘남한산성’팀에 드렸다”라고 밝혔다.

대종상 영화제 측은 이날 오후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대종상 영화제 측은 “‘남한산성’ 제작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에 대리수상은 각 협회(한국영화음악협회, 한국촬영감독협회)의 추천을 받아 선별했다”라며 “‘남한산성’ 제작사 김지연 대표의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전했다.

대종상 영화제 입장으로서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종상 영화제를 향한 비판이 올해의 시상식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대종상 영화제는 이미 대중들에게 ‘대충상’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권위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몇몇 영화인들은 반백년의 대종상 영화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종상 영화제는 매년 역대급 방송 사고를 치며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잘못을 살펴야 할 때다. 회복이 불가능해지기 전에 말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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