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황후의 품격’ 쓴 작가가 문제일까? 본 시청자가 잘못일까?

입력 2019-02-22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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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황후의 품격’ 쓴 작가가 문제일까? 본 시청자가 잘못일까?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 김순옥 월드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마지막 회까지 등장인물들의 죽음 혹은 지능 저하 등으로 권선징악을 마무리하고 나름의 해피엔딩을 장식한 것.

22일 오전 발표된 시청률에 따르면 ‘황후의 품격’ 51회와 52회는 닐슨코리아 수도권기준(이하동일)으로 각각 13.9%(전국 14.1%)와 16.8%(전국 16.5%)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최고시청률은 20.53%까지 기록했다.


이날 ‘황후의 품격’은 마지막회임에도 소나무 못지않게 한결 같은 막장 기조를 유지했다. 태후(신은경)가 붕대를 감고 나왕식 행세를 한 황제이자 아들인 이혁(신성록)을 총으로 쏘아 살해했으며, 극 초반 악행을 저질렀던 민유라(이엘리야)는 과거 자신이 버린 아들 바보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황후 오써니(장나라)는 황실을 폐지하고 황족의 특권을 국민에게 반환했다. 이어 뮤지컬 배우가 되어 꿈을 이루는 결말로 마무리 됐다.


‘황후의 품격’은 그동안 수위 높은 애정 행각과 잔인하기 그지없는 폭력적인 장면들로 시청자의 입방아에 올랐다. 20일 방송에서는 민유라의 과거가 밝혀지며 임산부 성폭행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와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그럼에도 앞서 발표된 결과대로 ‘황후의 품격’은 끝내 수목드라마의 왕좌에 앉은 채로 마무리 됐다. 여기에 최고 시청률은 20.53%까지 치솟았다. ‘막장’이라고 비판하는 다수의 여론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즉 다시 한 번 ‘욕하면서 본다’는 공식이 통한 것.

이에 대해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이런 결과가 나올 때마다 맥이 빠진다. 시청자들은 말로는 ‘착한 드라마’, ‘남는 게 있는 드라마’를 찾지만 결국 막장에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신인 작가들 역시 성공을 위해 막장 스토리에 관심을 보이고 방송국과 제작사 역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대본에 투자를 원한다”며 업계 관계자로서 느끼는 자괴감을 드러냈다.


어느 작가는 ‘막장도 하나의 장르’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작가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미국 드라마는 이것보다 더한 장면도 있다’고 자기변호를 한 적도 있다. ‘황후의 품격’은 이런 기조 속에서 탄생한 괴작(怪作)이다. 그렇다면 이런 괴작은 누가 탄생시킨 것일까. 분명 대본을 써서 탄생시킨 것은 작가지만, 여기에 숨결을 불어넣고 마음껏 날뛰게 한 것은 시청자다.

‘황후의 품격’ 속에서 오써니는 황실을 무너뜨리며 타이틀 그대로 품격을 지켰다. 또한 이런 전개로 인해 방송사는 높은 시청률이라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과연 시청자에겐 무엇이 남았을까. 결말이 주는 허탈함과 죄책감만이 남았다면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사진=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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