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논쟁의 초석 되길” 일본계 미국인 감독, 위안부를 다루다 (종합)

입력 2019-07-15 17:3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양국의 증오가 잦아들 때 건설적인 논쟁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미국계 일본인 감독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3자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은 영화 ‘주전장’이 한국에 개봉한다. ‘주전장’은 우익들의 협박에도 겁 없이 위안부 문제의 소용돌이에 뛰어든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에 걸친 추적 끝에 펼쳐지는 숨막히는 승부를 담은 영화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은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주전장’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만든 계기에 대해 말했다.

먼저 미자 데자키 감독은 일본에 이어 한국에 영화가 개봉되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며 “작년 부산영화제에 이어 다시 한국을 방문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초현실적이다. 이 영화가 일본에 이어 한국에 개봉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침 아베 신조의 무역 제재로 인해 이 영화가 더 관심을 받게 됐다고 들었다”라며 “아베 총리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처음엔 나 역시 위안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없었다. 내 영화의 시작은 일본의 한 언론인이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나 역시 유튜브로 영상을 만든 뒤 일본 신민족주의자들에게 공격을 받았고 그 언론인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갖고 있는 정보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때문에 이슈가 싸움으로 번져나간다고 생각했다. 2시간의 이 영화로 위안부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이 영화로 양국 사람들이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된다면 서로에 대한 증오를 멈추지 않을까 생각했다. 증오가 줄어들 때 양국이 생산적인 논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 영화를 만든 계기에 대해 밝혔다.

영화 속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30여명을 인터뷰한다. 다양한 문서와 증언 등을 통해 이들의 입장의 차이가 어떤 점이 있는지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양쪽을 인터뷰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라며 “단지 영화가 완성됐을 때 양쪽에서 싫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실제로 양쪽에서 비판적인 의견을 듣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위안부 이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들의 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주전장’은 올해 4월 일본에서도 개봉됐다. 당시 인터뷰에 참여했던 이들을 포함해 우익 인사들이 상영 중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키 데자키 감독을 고소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에 대해 미키 데자키 감독은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영화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은 부조리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속인 적이 없다. 오히려 일본인들은 ‘왜 이 영화를 보면 안 되냐’는 질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위안부에 대해 잘 모른다. 2015 한일합의나 소녀상 건립문제가 터질 때 정도였고 제한적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관객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 있는 내 제자들은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이 영화가 일본 선거 전에 개봉됐다. 젊은 세대들이 투표를 하기 전에 이 영화를 많이 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국제법상 ‘위안부’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노예’, ‘강제징집’ 등 용어에 대해 국제법상 법적인 정의가 있다. 법적 정의 시도는 위안부 사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이 동의하는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가 그 다음으로 이어질 논쟁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이런 과정이 거쳐지지 않으면 이야기는 반복될 뿐이고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토론에 있어서 바탕이 필요하다. 토론을 쌓아올릴 수 있는 토대를 법적 정의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고 한국에서 일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시기와 영화 개봉이 맞물린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베 정권이 이 위안부 사태에 대해 무역 제재로 대응한 것은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이는 인권의 문제이지 외교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한일간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위안부 문제에서도 똑같은 대응을 하는 것 같다”라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국제 법정에 서는 것이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