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②] 제23회 부국제의 悲…콩레이에 울고 쿠니무라 준에 사과하고

입력 2018-10-1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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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23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가 열흘간의 힘찬 항행을 마칠 채비 중이다. 매년 화제를 몰고 다니는 부국제지만 올해는 특히나 더욱 더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낸 부국제의 희비를 돌아봤다.

부국제는 지난 몇 년 동안 비와 운명을 함께했다. 2016년에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돼 있던 비프 빌리지가 개막 직전 무너지는 악재를 겪었다. 지난해에도 가을비와 함께 개막식을 치렀다. 올해에는 태풍 콩레이의 접근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영화제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개막식 전날인 3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인해 해운대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야외무대인사와 핸드 프린팅, 오픈 토크의 장소가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 및 영화의전당 내 아주담담 라운지로 변동 됐다. 이는 폭우와 폭풍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니 관객 및 언론인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일찍이 안전한 장소로 옮긴 것.

부국제는 차질 없이 진행되는 듯 했으나 콩레이의 위력은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6일 오전 부산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큰 피해가 예상되자 부국제는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실내인 시네마운틴으로 장소를 한 차례 더 옮겼다. 그럼에도 행사 진행은 불가능한 기상 상황. 부국제는 결국 야외 무대 인사와 오픈 토크, GV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셔틀 버스 운행도 중단했다. 사실상 ‘올스톱’이었다.

정오를 넘기면서 부산이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자 부국제는 일부 행사를 재개했다. 오후 4시 ‘미쓰백’ 무대 인사부터 행사가 재개됐고 한지민을 비롯한 스타들이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당초 취소됐던 ‘버닝’ 유아인 전종서의 오픈 토크와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과 류현경의 무대 인사는 시간대를 저녁으로 옮겨 일정을 추진했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뜻밖의 순간에 논란거리가 발생했다.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 이날 한 매체의 기자가 뉴커런츠 심사위원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에게 정치적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제주 민군복합관광미항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욱일기’(旭日旗)를 게양하는 것에 대해 일본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쿠니무라 준은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질문의 의미를 다시 물은 후 “욱일기라는 것이 일본 자위대 해군의 전통 깃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도 이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위대는 일본의 전통이라서 굽힐 수 없다고 하는데, 한 번 이해를 해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욱일기 문제뿐 아니라 일본은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일본 안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배우라기보다도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다”라고 소신 있게 발언했다.

해상자위대 군함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 후 쿠니무라 준이 되묻고 결국 대답하기까지 부국제 관계자들은 손 놓고 지켜볼 뿐이었다.

이날 오후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초연’ 기자회견에서도 부국제의 미흡한 대처는 마찬가지였다. 기자회견 후반부 한 외신 기자는 ‘초연’의 여배우들에게 판빙빙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출연진들이 “판빙빙 개인의 일”이라고 대답을 거부하자 기자는 재차 답변을 요구했다. 결국 관금붕 감독이 마이크를 들었고 “다른 분의 일인데 우리가 대답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바이바이허 외에는 다들 홍콩 여배우들이고 홍콩에서 주로 활동하는 분들”이라며 “대륙의 시스템에 속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시스템이나 영화 시장에 대해 100% 잘 모르기 때문에 답변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부국제는 이들 사이에서 통역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부국제는 이틀 뒤 전양준 집행위원장 이름으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과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문답이 오가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나 심사위원으로 오신 게스트가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말씀드리려 한다. 배우 쿠니무라 준의 경우, 민감한 한일 문제에 관한 질문으로 인해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에 시달리고 있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영화제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점 사과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부국제는 “영화제에서 정치적 의견이 오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나 지나치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게스트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 십 시간의 토론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의 짧은 문답은 충분히 그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다. 이 점을 숙지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면서 “영화제는 앞으로 게스트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에 노출되지 않도록 꼭 유의하겠다. 다시 한 번 쿠니무라 준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뒤늦게나마 실수를 인정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스물네 번째 영화제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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