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사바하’는 OCN, ‘그것이 알고싶다’…‘검은 사제들’ 잔상은 독

입력 2019-02-22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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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무비] ‘사바하’는 OCN, ‘그것이 알고싶다’…‘검은 사제들’ 잔상은 독

영화 ‘사바하’에겐 ‘검은 사제들’(2015)의 잔상이 독이다. 두 작품 모두 장재현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지만 시각적인 쾌감으로 대중성을 끌어올린 ‘검은 사제들’에 비해 ‘사바하’는 담담하고 먹먹하다. 단, 점층적으로 쌓아 올리는 스토리텔링을 선호한다면 ‘사바하’ 속 세계관에 몰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치 사건의 민낯을 파헤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장르물의 명가인 OCN 채널의 극을 보는 듯하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에 가깝고 종교, 오컬트는 소재일 뿐이다.


장재현 감독은 긴장감, 궁금증, 설득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연출을 했다.

우선 영화는 감독이 세운 ‘궁금증 유발’이라는 목표에 충실하다. 이에 출연 배우들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보다는 서사에 집중했다. 박목사, 나한(박정민 분), 경언(이재인 분)이 각각의 이야기를 하다 하나로 합쳐지는 전개다. 문제가 되는 ‘그것’의 존재는 안개 효과, 음악 등으로 철저하게 감춰졌다.


무엇보다 감독이 선택한 ‘설득’의 방법은 ‘설명’이었다. ‘악이 선이 되고 선이 악이 되기도 한다’는 불교론적 관점을 큰 줄기로 하는 ‘사바하’는 구마의식이라는 행위 자체를 그린 ‘검은 사제들’ 보다 교리와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치중한다. 배우 이정재(박목사 역)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관찰하고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설명을 통해 뿌려놓은 떡밥을 차분하게 회수하고, 이 마저도 없었다면 영화관을 뛰쳐나오는 관객들이 많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바하’는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한 편의 소설 같다.

박정민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낮게 깔린 음성으로 관객들을 나한의 세계로 안내한다. 미스터리한 인물이기에 관객들에게는 불친절하지만, 극 말미 나한을 통해 행복하지 않은 해피엔딩을 맞이하면서 관객들은 ‘보이는 것이 전부입니까?’ ‘신은 존재하나요?’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받는다.


단지, 배우 이재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검은 사제들’ 박소담이 줬던 강렬한 인상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악령이 깃든 ‘그것’과 ‘그것’의 쌍둥이 동생 금화로 1인 2역을 소화한 이재인은 삭발에 눈썹까지 밀며 열연했다. 16세 청소년 배우가 내뿜은 독특한 아우라가 미스터리함을 증폭시켰다. 서사를 강조하기 위해 배우들의 연기를 전체적으로 톤다운시켰지만 이재인만큼은 '긴장감 유발'이라는 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의외로 ‘그것’과 금화가 작품에서 쓰인 기능이 대반전으로 작용하지 못하면서 전개를 늘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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