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오늘역사적평양공연

입력 2008-02-26 09: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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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6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 동안 북한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미국 교향악단으로서는 최초로 공연을 한다. 이날 공연에 앞서 뉴욕 필은 북한과 미국의 국가(國歌)를 연주할 예정이다. 북한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필 단원들을 비롯한 방북단은 25일 오후 1시 반경 아시아나 특별기편으로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을 출발해 오후 3시 45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방북단은 뉴욕 필의 자린 메타 대표, 지휘자인 로린 마젤 음악 감독과 단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각국의 취재진을 포함해 모두 280여 명으로 구성됐다. 미국인 위주로 이루어진 방북단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순안공항에는 북한의 송석환 문화성 부상 겸 조선예술교류협회 회장, 김연규 조선국립교향악단 단장 등이 나와 뉴욕 필 단원들을 영접했다. 로린 마젤은 평양 도착 후 첫 일성으로 “눈이 내리고 있다. 아름다운 곳이다. 멋진 콘서트를 하도록 하겠다”며 “북측이 따뜻하게 맞이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평양은 쌀쌀한 가운데 진눈깨비가 내렸다. 퇴근 시간 무렵에는 전철과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시민들이 곳곳에 보였다. 눈이 얇게 쌓인 평양 밤거리는 평소보다 약간 밝은 편이었다. 뉴욕 필 공연을 앞두고 평소보다 조명을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평양을 방문하는 외신기자들은 공항에 내려서 평양 시내에 도착하기까지 도로에 차량이 거의 없는 모습을 보고 “초현실적인 장면이다”라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많이 홍보가 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욕 필이 평양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언론은 이날 오후 뉴스를 통해 뉴욕 필의 평양 도착 소식을 짤막하게 전했다. 그러나 뉴욕 필의 구체적인 공연 일정은 소개하지 않았다. 에릭 라츠키 뉴욕필 대변인은 “이번 공연을 위해 북한은 공연장 준비 등 자체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부담했다”며 “북측의 태도는 매우 적극적이었고 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뉴욕 필 측으로부터 공연장인 동평양대극장에 음향반사판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김책공대, 과학원, 문화성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보름 만에 설치공사를 마칠 정도로 이번 공연을 적극 지원했다. 이날 북측은 뉴욕 필 단원들을 위해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무용과 가야금병창 등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내용은 대부분 정치적인 색채가 거의 없는 소재였다. 다만 마지막 순서인 무용 공연 ‘눈이 내린다’는 인민군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해 항일투쟁을 하는 내용을 다뤘다. 공연이 끝난 후 오후 8시부터 뉴욕 필 단원들은 송석환 부상이 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한편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취재진들에게 이날 취임식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대북(對北) 정책에 대해 물어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계속 지켜질지를 묻기도 했다. 평양=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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