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홀로4집프로듀싱매일매일울었어요”

입력 2008-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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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렉시(본명 황효숙)는 눈물이 많은 여자다. 기뻐도 울고, 외로워도 운다. 전 소속사 YG를 떠나 SB&W 엔터테인먼트에 새둥지를 튼 렉시는 3월 24일 발표한 4집 ‘더 렉시’를 녹음하는 6개월 내내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를 위해 스포츠동아를 찾은 렉시는 얼굴에 여유가 묻어났다. 그녀는 “울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생겼고 의욕도 생겨났다. 그래서 내일 잘하려고 오늘 또 울었다”며 이번 앨범에 밴 눈물과 고민 그리고 꿈을 들려줬다. -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나.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사정상 가족과 떨어져 혼자 있어야 했고, 데뷔 이후 늘 든든히 받쳐주던 YG도 없었다. 혼자 작업하면서 매일매일 울었다. 내일 잘하려고 오늘 또 울었다. 오죽 힘들었으면 결혼까지 할 생각도 들었다.” - 결혼이라... 정말 심각하게 고려했었나. “그렇다. 너무 힘들어서 남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주위에 소개팅을 부탁할 정도였을 정도로.”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YG는 왜 떠났나. “YG를 떠난 것은 ‘내려놓기’였다. YG를 떠나면서 나는 가장 든든한 ‘빽’과 이별했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았다. 99년 2월 YG와 계약해서 2007년 8월에 떠났으니 8년 반을 YG에 있었다. 21살부터 29살까지 20대를 보낸 셈이다. 서른 살을 맞으면서 새로운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9년 가까이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보니 어떤가. “YG시절은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주기만 기다리는 어린 새였던 것 같다. YG를 나와 보니 ‘내가 그동안 참 편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힘들었다. 가족을 잃은 듯했다. 나는 YG에 대한 프라이드가 가장 강했던 가수였다. 그 울타리 너무 행복하고, 든든함이 컸다. 그래서 연습생으로 5,6년을 견딜 수 있었다.” - 이번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혼자 프로듀싱하면서 하루도 양사장(양현석) 생각을 안한 적이 없다. ‘그땐 그래서 이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받기도 하고, 때로는 ‘난 안 그러겠다’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 작업하면서 5시간 이상 자본 적 없다. 프로듀서가 단순히 곡만 모으는 게 아니다. 많이 배웠다.” - 작곡은 이번이 처음 아닌가.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실력 있는 프로듀서는 나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잘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하우스와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해서 많이 담았다. 처음 할 때는 YG에서 같이 작업하던 페리, 용감한 형제들과 비교돼 함께 작업하던 새로운 스태프들이 괴로웠을 것이다. 아마 이번에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다시는 나랑 안할 것 같다.” - 소속사가 바뀌면 음악 스타일도 크게 바뀌게 마련인데, 4집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나는 앞으로도 1∼3집 스타일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앨범에서 적어도 5곡은 YG에 있었어도 선택될 곡이다. 다만 과거와 다른 곡들을 몇 곡 수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앨범 재킷도 사진 없이 큰 글자만 내세운 것도 YG 시절과 같다. 1∼3집에서 얻은 게 너무 크다. 음악이 잘 만들어졌고, 그래서 그걸 지키고 싶다.” - 이번 앨범엔 사랑 이야기가 좀 있다. “어찌 보면 평범한 나로 돌아가는 듯하다. 예전엔 사랑이야기를 노래에서 하는 것이 싫었다. 이번엔 가사 쓰고 하면서 나의 저편에 있던 마음이 나오는 것 같다. 그간 바쁘게 살면서 사랑을 쓸데없는 거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좋아하고 슬퍼하는 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은 평범하게 사는 걸 보면서 많이 느꼈다. 이번 앨범은 내가 평범해지는 작업들이었던 것 같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노래에 번뇌를 담고 하겠나.” - 지난 앨범에선 짧은 머리로 중성미를 보였는데, 이번엔 어떤가. “이번엔 아주 여성적으로 변한다. 노래도 섹시하고 퍼포먼스도 섹시하다. 하지만 일부러 섹시하게 하지 않는다. 내 속에 섹시함이 있으면 그걸 드러내 보이겠다. 3집에서는 집안 문제로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많았다. 머리를 자른 건 일종의 불만의 표출이었다. 난 변화를 즐긴다.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내 속에 진심으로 변화가 있어야 변한다.” - YG를 떠난 첫 작품, 만족하나. “음반은 만족스럽다. 주변에서도 좋은 평가가 많다. 하지만 그런 말이 기쁜 건 아니다. 난 완벽하게 만든다는 생각 뿐이었다. 언제까지 가수활동할지 모르지만, 나는 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싶다. 한 두 개만을 갈고 닦는 것 보다 다양한 것을 보유해 필요할 때마다 다른 것을 꺼내 쓰겠다. 그러면 다양한 색깔,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원겸기자 gyummy@donga.com ● 렉시 프로필 1998년 YG 양현석 대표와 인연이 닿아 YG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YG패밀리’ 1집으로 데뷔했지만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 오랜 기간 무대에 설 기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때 눈물도 많이 흘렸지요. 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2003년 솔로 앨범 ‘애송이’로 재데뷔했고 ‘렉시’라는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YG와 작별을 하고 SB&W로 새 둥지를 틀고 새로운 렉시로 다시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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