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환영…저지…항의…아슬아슬성화길

입력 2008-04-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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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성화서울통과하던날
고대올림픽은 평화를 모토로 태동했다. 올림픽 기간에는 일체의 전쟁 행위가 중단됐다. 27일 서울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외쳤다. 오후 2시, 첫 주자인 대한체육회 김정길 회장이 성화를 넘길 때 까지만 해도 올림픽 정신은 살아있는 듯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다툼 속에서 사퇴를 공식화한 김 회장이지만 “세계인의 축제 앞에서 끝까지 내 할일은 해야 한다”고 했다. 성화가 올림픽 공원을 빠져나간 오후 2시 반, 성화봉송저지시민행동의 김규호 목사는 “중국 유학생들이 돌멩이, 둔기, 쇠파이프 등을 던지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올림픽 정신은 곧 평화가 아니냐”고 반문한 뒤 “티베트 인권 문제와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유학생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反不實報道(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를 반대한다)’, ‘Tibet is a part of China’라는 피켓을 내걸었다. 진나(호남대 무역학과)씨는 “티베트의 폭력에 대해 중국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쪽은 티베트”라고 했다. 유소(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씨는 “티베트에 대한 서방언론의 보도가 베이징 올림픽을 실패로 몰아넣기 위한 기도”라고 까지 말했다. 오후 4시경, 시청앞 광장에서는 두 명의 미국인이 중국 유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루크(18)와 캐빈(18)이라고 밝힌 이들은 “동료 들이 Free Tibet(티벳에 자유를)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을 뿐인데 갑자기 중국인들이 달려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오후 7시, 성화가 시청에 도착하자 티베트 인과 인권단체 회원들이 폭행을 당했다. 중국인들은 “쭝궈, 짜요(중국 파이팅)”를 외치며 티베트인 텐징이 흔들던 티베트 국기를 뺏고 오성홍기로 위협했다. 텐징은 “중국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 내가 여기서 티베트의 독립을 외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티베트 평화연대 이병구씨는 “민족주의의 광풍이 두렵다”며 텐징과 함께 몸을 숨겼다. 20세기의 올림픽은 세계대전 때문에 무산됐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념 대립 때문에 반쪽짜리 올림픽이 열리기도 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모두가 평화를 말했지만 적대적인 민족주의가 숨쉬는 한 올림픽 정신은 요원해 보였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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