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이름으로’부시도예일대나왔다…미국의‘레거시입학제’

입력 2008-07-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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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초 한국사회를 들끓게 한 것은 교육의 3불정책이었다. 3불정책은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불허를 의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참여정부는 3불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명문대학 총장들과 보수층에서는 3불정책 폐지를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교육에는 3개정책이 모두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적 의미의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는 실제 없다. 오늘은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기여입학제와 매우 흡사하게 느껴지는 Legacy Preference(특혜) 또는 Legacy Admission(입학)으로 불리는 특혜입학을 살펴본다. Legacy는 유산을 뜻한다. 명문대학에 입학할 때 부모 가운데 한 명이 그 대학을 졸업했을 경우 일종에 혜택을 받는 제도다. 일반대학은 큰 의미가 없다. 아이비리그와 스탠포드 등 입학이 하늘에 별따기 처럼 어려운 명문대학에서 이 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특혜다. ‘레거시 입학’은 돈 없고 공부 잘하는 소수계를 위축시키는 매우 불합리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다. SAT 성적이 훨씬 떨어져도 레거시 입학 대상자는 합격이 가능하다. 조시 부시 현 대통령이 레거시 입학으로 아이비리그 예일 대학에 다닌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는 예일 대학 출신으로 학창시절 왕성한 과외활동을 한 이 대학의 최고 저명인사다. 예일 대학에 기부금도 많이 냈을 게 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레거시 입학 대상자는 1600점 기준의 SAT 점수에서 160점 정도 이점을 안게 된다고 한다. 10%나 특혜를 받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력서를 작성할 때 출생지, 나이, 성별 등을 쓰지 않는다. 선입견을 갖고 사람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막아 놓았다. 그렇다고 미국에 인맥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이른바 ‘커넥션’이 능력보다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입견을 없애려고 이력서에 출생지, 나이 등을 쓰지 않는 미국에서 대학 입학 서류 작성에는 가족 가운데 ‘동문 출신이 있으면 쓰는’난이 있다. 한마디로 참고하겠다는 의미다. 미셸 위가 지난 해 스탠포드에 합격했을 때 할아버지와 고모가 이 대학 출신이라는 것이 보도된 것도 입학서류에 작성돼 있어 학교당국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거시 입학’의 본질은 역시 돈이다. 돈이 없으면 레거시 입학은 불가능하다. 다만, 국내에서 뜻하는 기여금 입학과 다른 점은 미국에서는 한번에 큰 돈을 내고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원샷 도네이션’으로 입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마다 꾸준하게 학교에 기부를 하면서 나중에 자식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 그리고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커 레거시 입학을 누가 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한국에서 기여금입학이 실시될 경우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고 누구인지 단박에 알게 된다. 부작용이 크게 나타난다. 지난 2003년 월스트리트저널에는 한국 이민자 출신으로 매사추세츠의 명문보딩스쿨 그로턴 고교를 다닌 헨리 박이라는 학생이 SAT와 GPA(내신)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도 아이비리그와 스탠포드, MIT에서 불합격통지를 받은 내용이 실린 적이 있다. ‘아이비 스쿨 입학에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는 제목이었다. 텍사스의 실업계 거물의 아들은 SAT 점수가 월등히 처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스탠포드 대학원 출신으로 기부금 수천만달러를 이 대학에 쾌척해 스탠포드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기사는 아울러 아시안계들은 해마다 고교 졸업생 대표 2000여명이 아비리그에 입학원서를 내지만 퇴짜를 맞는다며 대학에서 차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거시 입학은 족벌주의, 연고주의 등을 불러 일으켜 평등하고 공평한 페어게임이 안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많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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