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투수결정요인‘강속구-제구력’

입력 2008-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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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야구에서 투수는 강속구 투수(power pitcher)와 기교파 투수(finesse pitcher)로 구분짓는다. 강속구 투수는 150km 이상의 빠른 볼로 타자를 윽박지른다. 탈삼진이 상징이다. 팬들도 이들의 시원스러운 피칭에 열광한다. 반면 기교파는 130km-140km대의 볼로 타자의 허를 찌른다. 이들의 주무기는 완급조절이다. 체인지 오브 페이스가 매우 능하다. 빠른 볼 투수가 항상 각광을 받지만 구속이 떨어졌을 때는 속수무책이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 지켜보는 이가 안쓰러울 정도다. 이에 비해 피네스 피처는 롱런한다. 현역 최고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20대의 조시 베킷(보스턴 레드삭스)이나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과연 몇살까지 현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은퇴 전까지 불같은 강속구를 뿌렸던 투수는 놀란 라이언 정도다. 40대가 넘은 톰 글래빈(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렉 매덕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케니 로저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제이미 모이어(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은 모두 피네스 피처들이다. 40대가 넘은 파워피처는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유일하다. 하지만 존슨도 예전과 같은 구속을 뽐내지는 못한다. 구속과 탈삼진이 뚝 떨어졌다. 뉴욕 메츠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흡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재 부상자명단에 올라 있는 바르톨로 콜론(보스턴 레드삭스)은 박찬호와 같은 73년생이다. 비슷한 시기에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고, 빠른 볼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콜론은 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뛰기 시작했다. 콜론은 전형적인 파워피처였다. 그러나 지금은 ‘파워피처’라고 부를 수가 없다. 구속이 따라주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빠른 볼 투수는 피안타율이 낮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이닝당 최저 안타를 허용한 투수가 바로 강속구의 대명사 놀란 라이언이다. 27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며 5386이닝을 던져 3923개의 안타를 내줬다. 이닝당 0.73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콜론은 이제 파워피처와 피네스피처의 경계선에 있다. 한 때 메이저리그에서 세자릿수 스피드를 측정했던 강속구의 대명사였다. 100마일(161km)을 뿌렸던 콜론의 최근 구속은 90마일대(144km)에 머물렀다. 200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뒤 지난해 LA 에인절스 때부터 구속이 현저히 떨어졌다. 사이영상 이후 올해까지 11승15패 방어율 5.58이다. 팔꿈치, 어깨 회선근, 어깨 염증 등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위를 다쳤다. 올해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간신히 빅리그에 복귀했다 콜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파워피처가 구속이 떨어졌을 때는 돌파구를 찾는데 무척 애를 먹는다. 시간도 다소 오래 걸린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결국 제구력과 완급조절이다. 피네스 피처들의 제구력과 완급조절은 신기에 가깝다. 이들은 많은 안타를 허용하지만 결정적일 때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다. 올해 9승6패 방어율 3.76을 마크하고 있는 45세의 모이어의 경우 135km의 직구로 타자를 요리하고 있다. 바깥쪽 코너를 걸치는 완벽 제구와 체인지업에 타자들은 헛손질하기 일쑤다. 신은 모이어에게 불같은 강속구를 주지 않았지만 제구력과 탁월한 완급조절을 선사했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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