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어르신들과운동하니좋네요

입력 2008-08-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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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가까운 무등산을 등반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일찍 찾아온 무더위 때문에 요즘은 새벽 5시면 일어나서 집 근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합니다. 유난히 운동을 싫어하는 남편이 몇 번 저를 따라 아침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몸도 가볍고 좋다며 저를 자주 뒤따라 나섭니다. 새벽에 운동장엘 가면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일찍부터 많이들 나와 계십니다. 처음 운동을 하러 갔던 며칠 동안은 멋쩍어서 라디오를 들으며 땅만 보면서 열심히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50대 초반인 저를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먼저 알아보시고 “색시 나왔어? 젊은 사람이 참 부지런도 하구만”하시며 먼저 인사를 해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50이 넘어서 ‘새댁’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괜히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지금은 제가 먼저 할머니 할아버지께 말을 걸게 됩니다. 그렇게 몇 번 인사를 하다보니 이후로는 친정 부모님을 만난 것처럼 포근하고 좋아서 이젠 라디오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비록 한 시간 남짓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아침 말동무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너무 좋습니다. 저는 사실 틈틈이 간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이기도 합니다. 시아버지께서는 5년간 신장혈액투석 때문에 병원에 왔다 갔다 하실 때도 저랑 말하는 걸 제일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19살 때 친정 아버지를 여의고, 일찍 결혼을 하면서 시아버지를 친정 아버지처럼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작년 봄에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로 많이 허전했습니다. 그래서 아침 운동가는 게 더 즐거운지도 모릅니다. 아침마다 운동가는 길에 학교 옆 떡방아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나오셨는지 확인해보곤 합니다. 걸음을 많이 걷지 못하지만 게이트볼을 좋아하시는 키 작은 할아버지께도 인사합니다. 그렇게 매일 나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인사를 하다보니 이제는 제가 조금 늦게 나오거나 하루라도 아침운동을 빠지면 제 걱정을 엄청 해주십니다. 며칠 전에도 깜빡 늦잠이 들어 20분쯤 늦게 갔더니 모두들 제가 어디 아픈지,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지 계속 물어보셨습니다. 그 동안 아침 운동을 가면 운동장에 있는 운동기구 사용이 서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도와드리고 말동무가 되었더니 어느새 아침 운동장의 스타가 됐습니다. 비록 이 어르신들께 제가 돈으로 어떻게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아침에 함께 웃고 인사를 나누며 어울리는 이 시간이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즐겁게 아침운동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광주 남구|박미화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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