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터널을빠져나가니‘중세도시’였다…멕시코의보석,과나후아토

입력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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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개의 어둡고 갑갑한 터널을 통과하면, 어두운 우주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의 평화로운 도시로 순간 이동을 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지상의 도시가 나타난다. 아기자기한 색채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산비탈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과나후아토(Guanajuato)는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다. 마리아치의 본고장이자 데킬라의 고향 과달라하라에서 멕시코의 아름다움을 진하게 맛 본 터라 어지간한 강도의 매력으로는 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만난 눈부신 세계의 과나후아토는 순식간에 나의 머리와 가슴에 채워졌다. 과달라하라의 매력을 데킬라를 마신 기분에 비유한다면, 과나후아토는 코로나 혹은 모델로를 마시며 즐기는 기분이랄까?! 한눈에 반해 버린 이 도시에 단 일초라도 빨리 흡수되고 싶은 마음에 가방은 푸는 둥 마는 둥 하고 꼭 필요한 몇 가지 소지품만을 챙겨 거리로 나섰다. 오렌지, 딸기, 멜론, 레몬 컬러의 건물을 차례로 지나고 아담한 계단을 만나자 한껏 흥이 난 아이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뜀박질치기 시작했다. 그 박자에 맞춰 콩콩 두발로 계단을 뛰어내렸고,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자 레스토랑과 카페가 늘어선 고풍스러운 거리가 환영의 인사를 한다. ○ 아름다운 과나후아토의 밤 고색창연한 그 거리에서 햇빛이 유난히도 반짝이는 카페테리아가 눈에 들어오자 자리를 잡고 코로나를 주문했다. 유난히도 시원해 보이는 코로나를 마시니 향긋한 레몬향이 온몸에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배낭여행자들이 동경하는 도시이며, 어둠이 내려앉아도 잠들지 않는 매력 100% 도시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곳에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중세복장을 하고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과 마리아치들이 중앙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중앙 광장엔 자연스레 여행자들이 모이고 음악이 울려 퍼지면 과나후아토 제2의 세상이 열린다. 멕시코의 어느 도시보다 안전한 과나후아토는 밤새 멋진 바에서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어도 좋고, 마리아치가 들려주는 기타와 첼로가 곁들여진 멕시코 특유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걸어도 좋은 곳이다. 간혹 연인들이 속삭이는 사랑의 메시지에 가슴이 설레는 낭만과 사랑이 가득한 도시 과나후아토. 그곳에 가면 당신도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리라. ○ 예술의 도시 과나후아토 과나후아토는 비단 겉모습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거장, 디에고 리베라(페미니즘 미술의 선두주자 프리다 칼로의 남편)가 태어나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운 도시다. 멕시코 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마리아치, 불멸의 가수 호세 알프레도 히메네즈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멕시코 독립운동의 아버지 이달고 신부가 독립운동을 시작해 ‘멕시코 정신’이 생생히 살아 숨쉬는 곳이다. 소설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데스가 머물며 집필 활동을 했다. 10월 세르반데스 행사의 규모는 남미에서도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과나후아토는 한마디로 전통적이면서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도시다. 유명한 관광지이긴 하지만 조용하고, 상업적 때가 많이 묻지 않은 과나후아토를 여행하며 컬러풀한 블록을 마음에 쌓는다면, 누구에게라도 에너지 발전소가 될 것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바로크와 신 고전 양식의 식민시대 건축물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구불구불한 미로 같은 길이 연결되어 있는 과나후아토는 마치 거대한 풍채의 생명처럼 보인다. 1500년대 스페인 식민통치자들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1988년 유네스코(UNESCO)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멕시코시티로의 접근이 쉽고, 과나후아토의 주도 레온에는 광범위한 도로망과 공항이 있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과나후아토 관광 포인트 6곳 1. 걷고 싶은 동화 마을 ‘산타아나’(Santa Ana) 산타아나(푄 현상으로 인한 건조한 바람)가 불어오면 새로운 인연이 찾아 온다고 한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생각 없이 걷고 싶다면 과나후아토에서 도보로 4∼5시간 거리에 있는 시간이 멈춘 동화 같은 마을 산타아나 여행을 추천한다. 2. 아담한 그림 같은 도시 ‘산 미겔 데 아옌데’(SanMiguel de Allende) 과나후아토 인근에 있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휴양 도시로 미국인들이 노년을 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과나후아토 중심가 여행사에서 당일 코스 상품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3. 전망 좋은 ‘피필라 기념상’(Monumento al Pipila) 과나후아토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이곳은 후아레스 극장(Teatro Juarez) 앞에서 언덕 쪽으로 피필라(al Pipila) 표시가 있는 골목에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한 낮 무더위가 걱정된다면 후아레스 거리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알록달록 컬러풀한 장난감 레고를 조립해 놓은 듯한 재미와 에스닉한 풍경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이 마음에 편안한 휴식을 선물 할 것이다. 4. 과나후아토에서만 볼 수 있는 미라 박물관 투어 기후와 토양의 특성으로 썩지 않고 자연스레 미라가 된 시체를 모은 박물관으로, 갓난아기부터 임산부까지 연령과 성별도 다양한 119구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다. 5. 벽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 박물관’(Museo y casa de Diego Rivera) 멕시코 벽화운동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디에고 리베라. 그가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생가를 박물관으로 꾸몄다. 리베라의 초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페미니즘 아티스트이자 리베라의 연인, 예술적 영감을 공유한 프리다 칼로의 누드화가 전시되어 있다. 6. 세르반데스의 예술 세계 ‘돈키호테 박물관’ 산 프란시스코 광장 앞에 위치해 있는 돈키호테 박물관은 세르반데스(Miguel de Cervantes)에 관련된 물품과 소설 속 인물을 주제로 한 추상화, 조소, 판화 등의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박명화(민park) photatopark@naver.com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 ‘그라시아스 라틴’의 저자이자 포토그래퍼. 아시아보다 신비하고 유럽보다 섬세하며, 아프리카보다 야성적인 땅 라틴 아메리카의 매력을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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