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 4인병실가족들빨리나으세요

입력 2009-0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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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밤이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살짝 치여서 어깨를 조금 다치고 발목을 다치면서 전치 2주라는 병원 진단을 받아 연 초까지 병원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화장실과 복도만을 왕복하며 지내서 고달프기도 하고 짜증이 많이 났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퇴원하고 나니까 우중충했던 제 마음에도 햇살이 비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4인 실 방에 있었습니다. 저와 2주라는 시간을 함께하셨던 환우 세 분은 제가 먼저 퇴원한다고 하니까 아쉬워하면서도 병원에선 가급적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게 제일이라며 축하해 주셨습니다. 다들 몸을 추스르는 대로 만나서 식사라도 한 끼 같이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아무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저와 같이 병원생활을 했던 병실 환우분들 소개를 좀 하고 싶습니다. 제 바로 옆자리에는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선 할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가시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하신 경우였습니다. 병원에선 남녀 병실이 구별됐던 터라 할머니의 병실은 바로 옆방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퇴원하기 사흘 전엔 그 할아버지의 아드님께서 목욕을 하다가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아드님까지 같은 병원에 입원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집안 식구가 세 명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는 꼴이 됐습니다. 그 집 며느리가 시어버지께, 시어머니께, 자기 남편에게 혼자서 고생을 다 했습니다. 어르신들도 당신들 몸이 성치 않으신데 아들마저 입원을 하는 바람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일주일 먼저 퇴원한 30대 후반의 아저씨도 한 분 계셨습니다. 그 집은 올 해 중학교에 입학한다는 아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에 찾아와서 제 아빠의 병수발과 말동무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 아이는 워낙에 인사성이 밝고 싹싹해서 병원에서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왜 엄마는 오지 않는지 조금은 궁금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석의 엄마는 그 아이가 세 살 때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의 얼굴에선 그 어떤 어두운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두 부자(父子)는 서로를 의지하며 친구처럼 지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제가 다 흐뭇했습니다. 그 아이의 아빠는 공사현장에서 다리를 다친 산재환자였습니다. 보험과 관련된 일로 저보다 먼저 퇴원을 했는데, 제가 퇴원할 무렵 다시 입원을 했습니다. 그나마 마지막 인사를 하고 퇴원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저는 지금 물리치료가 남아서 그 병원에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 갈 때 다들 잘 계시는지 종종 병실에 들려서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마치 한 가족처럼 제가 가면 다들 반겨주시고 얼른 건강해지라고 덕담도 해주신답니다. 저 역시 그 분들이 빨리 쾌차하셔서 하루라도 빨리 퇴원하시길 바랍니다. 2009년 올해는 ‘행복한 아침’ 식구들도, 아픈 사람 없이 모두가 건강한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전 동구 | 홍경석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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