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얌체짓하는어린형님…계급장떼고붙을래요?

입력 2009-05-13 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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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올해 스물아홉인데 일찍 결혼한 탓에 벌써 결혼 5년차입니다.

착하고 성실한 신랑을 일찍 만나서 아주버님이 결혼하시기도 전에 제가 먼저 신랑과 웨딩마치를 올렸답니다. 그리고 그 덕에 차남의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맏동서 역할을 다 해왔습니다.

입맛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시아버님 입맛에 맞춰, 제사음식이며 명절음식이며 집안대소사에 쓰일 음식들을 신경써왔고, 집안행사도 맏며느리 아닌 맏며느리로 참여하며 이 한 몸을 불살랐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제게 희소식이 들렸습니다. 아주버님이 드디어 장가를 가신다고 하더군요! ‘아, 나도 이제 시댁일에 한시름 놓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바로 비보가 들려오더군요. “근데 여보. 당신 형수 될 사람 말야. 당신보다 어리다네. 우리 형 참 재주도 좋지?” 형님 될 분의 나이는 스물일곱. 저보다 두 살이나 어렸지요.

형님 시집와서 첫 제사를 준비하는데, 어머님은 며느리가 둘이니 알아서 해보라고 한발 물러나시더라고요.

그래서 형님께 전화를 드렸죠. “형님, 이번 제사 음식은 어떻게 준비할까요?” 하니까 “네? 어머, 전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요. 전 그저 따라갈 게요” 이러시는 겁니다. 저는 좋게 해석하고, 정말 혼자서 제사준비를 다 했습니다.

제삿날 당일에도 맞벌이 하는 형님을 너그러이 이해하며 혼자서 음식준비하고 재료준비하고 열심히 일했지요. 그러면서 형님 오시기만을 기다렸는데, 형님 뒤늦게 우아하게 등장하셔서 “어머머머, 동서 정말 일 잘하시네요. 역시 연륜은 못 속여요. 이 고구마전 때깔 좀 봐, 꼭 단풍든 은행잎 같아요” 이러고 있는 겁니다. 늦게 왔으면 얼른 팔 걷어붙이고 일을 도와야죠.

보다 못한 제가 “형님, 사실은 제가 다 해버리면 형님이 섭섭해 하실까봐 조기 굽는 건 남겨놨어요. 이건 형님이 하세요” 하니까 갑자기 정색을 하며 “어머, 동서 전 생선 못 다듬어요. 심장 약해서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여요” 이러는 겁니다.

솟아오르는 화를 꾹 참으며 “그럼 형님, 콩나물 대가리라도 좀 따주세요”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까르르르 웃으면서 “어머 동서, 대가리가 뭐예요, 너무 무식하게 들린다. 그리고 나 귤도 직접 안 까먹어요. 손톱 밑에 노란 물 들면 보기 싫거든요” 이러는 겁니다. 어휴, 혈압! 결국 그 날 팔 불편한 어머님 도움을 약간 받으며 음식장만은 제가 다 했고요. 뒷정리는 형님이 하겠다고 하고, 그것도 아주버님 시켰습니다.

저희 형님 제사상에 차려졌던 조기구이 눈알을 빼먹으며 “역시∼ 생선에서 젤 맛난 건 눈알이야. 호호호” 이러는데, 제가 다 화병이 날 것 것 같더군요.

“야, 형님아, 너 계급장 떼고 붙자. 언제 날 잡아서 한판 붙자!”
대구광역시|서아름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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