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기쁨의세리머니’상대팀도생각해야죠

입력 2009-06-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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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머니(Ceremony)의 사전적 의미는 특수집단 사이의 의례, 예의 형식과 결혼, 장례 등의 의식, 식전(式典)으로 설명되어 있다.

스포츠도 각 종목마다 극적인 승부의 순간이나 감격적 승리의 순간에 나오는 각종 세리머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까지 느끼게 하며 스타들의 경우 어떤 세리머니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되기도 한다.

얼마 전 국가대표 축구팀이 이란전 동점골 직후 보여준 기차 세리머니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극적인 순간에 보여준 포효하는 세리머니 등은 깜찍하기도 하고 상징적이면서 팬들을 즐겁게 해준다.

국내 프로야구도 선수들 나름대로 세리머니가 있고 그것 또한 팬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19일) 보여준 롯데 일부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품위를 잃은 가운데 “왜 저러나” 하는 소리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민망스러웠다.

KIA가 9회말 1사후 가르시아의 평범한 2루수 뜬공에 실책을 범한 후 동점을 허용했고 강민호가 극적인 끝내기 3점 홈런을 터뜨려 롯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 홈런은 아주 극적이어서 흥분할 만했다. 그러나 강민호가 1루를 돌아 2루에 채 닿기도 전에 덕아웃에 있던 동료들이 뛰어나와 그를 잡거나 잡으려 하면서 홈까지 함께 돈 선수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홈런을 친 타자가 홈에 올 때까지는 인플레이 상태인데도…. 강민호가 3루까지 혼자 온 다음 홈플레이트를 밟기 전이나 밟은 후의 광적인(?) 세리머니를 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1루를 돈 후부터 몇몇 동료가 함께 뛰는 장면은 도를 지나친 세리머니였다. 그 홈런이 설령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짓는 홈런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세리머니는 상대에게 결례가 된다는 것을 왜 선수들은 알지 못할까 싶어 안타깝다.

최악의 상황을 맞은 상대선수들이 페어지역 안에서 덕아웃으로 이동 중인 가운데 공격 측 선수들이 페어지역 안으로 몇 명이나 들어와 함께 베이스를 도는 무례는 삼가야 한다.

스포츠의 세리머니를 다례(茶禮)처럼 하라고 요구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리머니도 상대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으면서 본인과 동료와 팬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어야 한다.

고교, 대학야구를 보면서 9회가 끝나자마자 승자가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 들어가 함께 뒹구는 모습이나 끝내기 안타 때 경기가 완전히 종료되지도 않은 가운데 그라운드로 뛰쳐나가는 어린 선수들을 본 적이 많다.

그런 해프닝은 프로선수들의 잘못된 면을 배웠다고 생각했고 아마 지도자들에게 지적해준 적도 있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프로야구는 수준높은 플레이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와 품위를 갖춘 세리머니가 행해져야 한다.

자신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우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상대를 불쾌하게 하거나 격 잃은 승자의 환호는 스포츠맨십 본질에도 벗어난 것이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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