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인성의함수관계?재능보다덕…‘롱런의나침반’

입력 2009-07-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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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과 히딩크. 미소짓는 사제관계


2008베이징올림픽 -60kg급 남자 유도 결승전을 떠올려보자. 당시 최민호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고, 그의 곁에 있던 패자 파이셔(오스트리아)는 최민호에게 악수를 청하고선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비록 경기에선 패자였지만 파이셔도 올림픽에서는 승자였다는데 이의가 없을 듯 싶다.

또 역도 이배영은 넘어지면서도 바벨을 놓지 않는 투혼을 보였고, 반한 감정이 극에 달했던 중국인들마저 감동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스포츠 세계는 단순히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자질이나 성품, 근성 등도 팬들은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충분한 요소이다.

최근 이천수가 이적과 관련해서 소속팀에 속임수를 쓰고, 감독 및 코칭스태프에게 항명하는 등 한국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인성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 ‘스포츠 & 사이언스’에서는 스포츠 선수에게 왜 인성이 필요한지, 그리고 지도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지에 대해 집중 탐구해본다.

선한것을 추구하는 인격과 행동양식-경쟁·스트레스 상태서 극명하게 표출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 중 지금까지 경기력을 유지 또는 그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가 있다.

체력, 체격, 기술, 환경 등 과연 어떤 요인 때문에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사람마다 그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지만 아마도 ‘인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다수의 스포츠심리학 연구에서도 궁극적으로 인성이 경기력을 결정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실력 하나만으론 선수생명 반짝할 뿐-박지성 성공엔 성실성·희생정신 바탕

○인성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 끼쳐

그럼, 경기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인 인성은 무엇인가. 인성은 사람이 가지는 인격으로서 선을 알고, 선을 추구하며, 그것을 행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인성이다.

이러한 점에서 스포츠 인성은 운동(경쟁) 시 드러나는 선수의 인성을 지칭한다. 인성이 중요한 것은 경쟁상황, 스트레스 상황 같은 압박감이 높은 상황에서 드러나며 선수의 심리 및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같이 규모가 크고 경기결과가 불확실할 때 선수의 인성이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러한 점에서 인성은 그 선수의 이미지 및 인생을 결정하는 나침반일 뿐만 아니라 경기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인이기 때문에 성공하고자 하는 선수는 꼭 갖추어야 할 요인이다.

인성이 좋지 않지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은 좀 더 일찍 높은 경기력을 발휘하지만, 그 경기력의 지속 기간은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지지만 인성이 좋은 선수보다 길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박지성을 보라. 성실함, 희생정신, 팀원에 대한 배려 등으로 대변되는 좋은 인성을 가진 박지성이 그 보다 뛰어난 체격, 기술, 환경을 가진 수많은 선수를 앞서간 것은 좋은 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선수의 인성에 영향을 주는 지도자와 부모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현장 지도자도 선수의 멘토 역할 중요

○지도자는 인성도 반드시 함께 가르쳐야

과연 지도자 및 부모는 선수의 인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결론은 지도자는 선수의 기술은 물론 인성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생활, 연습, 경기에서 선수의 인성형성에 참여한다. 지도자는 단순히 게임 전략, 환경 분석, 운동 기술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한다.

지도자는 선수의 멘토이자 상담자이며 선수 뒤의 영웅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지도자는 전략을 세우듯 선수들의 인성 교육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열정으로 인성 교육에 임할 때 줄어들고 있는 선수들의 도덕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아래 사례는 선수의 인성 및 인생에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 사례이다.

“선수 생활을 되돌아 볼 때,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은 야구뿐 아니라 삶에 대해 가르쳐 주신 코치님으로, 그 분은 공 던지기와 치기,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운동장보다 중요한 삶의 지혜에 대해 알려 주셨다. 다른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고 책임감을 갖는 법 그리고 이때 필요한 열정적 태도 등 이 모든 일을 실천으로 보여 주셨기에, 그 분과 함께했던 시간 동안 나는 매 경기 결과보다는 매너를 지키는 경기 과정을 더 중요시 하게 되었으며 이는 코치님을 만난 후 나에게 특별히 찾아 온 변화이다. 그 분은 나에게 어떻게 하면 책임감과 배려를 갖춘 존경 받는 사람이 되는지 가르쳐 주셨으며, 그 분과 함께 했던 해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게임에서 승리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당시 우리가 어떤 자세로 경기에 임했는지는 기억하고 있다.”(라이너 마르텐스, 미국 일리노이 대학 교수, Human Kinetics 창시자) 이처럼 지도자는 운동기술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성은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좋은 일을 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좋은 사람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좋은 인성을 자신의 일부로 만드는 일은 연습을 통해 좋은 운동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선수들의 바른 인성 형성을 위해 지도자와 부모는 선수가 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매일 훈련시켜야 한다. 이러한 인성교육은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팬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는 인성을 겸비한 뛰어난 선수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재능이 덕을 이길 수 없다”는 인생 격언이 스포츠 선수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신정택 KISS 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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