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권위도실익도없는컵대회왜하나”

입력 2009-07-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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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불거진‘무용론’

프로 구단들은 복잡한 대회 방식과 우승에 큰 의미가 없는 K리그 컵 대회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컵 대회 8강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전. 상암 | 박화용기자 inphoto@donga.com



프로연맹 경기수 채우기 고육책 - 우승해도 챔스리그 티켓 안나와
8강부터 ‘홈&어웨이’ 불만 배가 - 정규리그 3라운드 등 대안 절실


K리그 컵 대회로 열리고 있는 ‘피스컵코리아 2009’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왜 대회를 치러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선수단은 물론 구단 프런트까지 컵 대회에 대해서는 시큰둥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컵 대회는 그야말로 ‘계륵’이다. 게다가 올해엔 8강부터 홈&어웨이 방식을 채택, 불만은 배가되고 있다.

○경기수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

일정을 짜는 프로연맹의 애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구단은 연간 최소한의 경기 수를 채워야한다. 홈팬들 뿐 만아니라 스폰서와의 계약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2라운드의 정규리그(팀당 28경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3라운드로 늘릴 경우 일정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연맹의 하소연이다. 유럽보다 시즌 일정이 짧은 것도 고민거리. 그래서 부득이 컵 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 되는 ‘컵 대회 무용론’을 무시하고 계속 밀고 나가는 뚝심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기의 질을 높여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사해야할 K리그가 경기 수 맞추기에 급급해 알맹이 없는 내용을 팬들에게 보여준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다.

○당근 없이는 경기력 높일 수 없어

중요한 것은 ‘당근’이다. 어떤 목표를 가질 때 프로는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컵 대회에는 이런 먹을 것이 없다. 정규리그(1-3위)와 FA컵(우승)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스리그 출전 티켓이 걸려 있어 매력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참가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컵 대회 우승팀은 상금 1억원과 트로피가 전부다. 지난해 우승팀 수원은 팬퍼시픽챔피언십에 참가하긴 했지만, 대단한 대회도 아닐 뿐 아니라 향후 출전 자체도 유동적이다.
포항 파리아스 감독은 “FA컵만 해도 챔스리그 티켓이 주어진다. 그러나 컵 대회 우승하면 뭐가 남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홈& 어웨이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그는 “FA컵만 해도 앞으로 3경기만 더 이기면 우승하는데, 컵 대회는 내내 홈& 어웨이로 치러진다.

더욱이 새로이 시행되고 있는 예비 엔트리 제도가 리그와 컵 대회까지 묶어버리면서 2군의 기량향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운용 복안을 의지대로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원 차범근 감독도 “컵 대회는 실제로 우리가 손에 쥐는 게 없다”면서 “그렇다고 정규리그를 포기하면서까지 컵 대회에 전념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권위도 실익도 없는 대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안 찾기에 머리 맞대야

프로축구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그래서 컵 대회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컵 대회를 유지할지 여부부터 만약 유지한다면 어떤 당근을 줄 수 있는 지를 검토해야 한다.

경기 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컵 대회를 없애는 대신 정규리그를 3라운드로 치르는 방안이 아예 불가능한 지도 고민해야한다. 누구 말대로 팀 수가 18개 팀으로 늘어나 2라운드를 하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지만, 팀 창단 때 까지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시기는 아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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