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자니…보내자니…”김재박‘바우어딜레마’

입력 2009-07-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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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박.스포츠동아DB.


9일 광주구장. LG 용병 바우어는 홈팀 KIA의 훈련이 끝날 무렵 배팅케이지 근처로 걸어 나왔다. KIA의 두 용병 구톰슨과 로페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수다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세 사람.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대화는 어느새 30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같은 시간, 원정팀 관계자실에 앉아있던 LG 김재박 감독은 쓰린 마음으로 이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다. 김 감독은 즐겁게 대화 중인 바우어를 가리키더니 “저걸 그냥 보낼 수도 없고…”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바우어는 전날 펑고를 받던 도중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공을 맞아 전치 3주짜리 골절상을 입었다. 한국에 온지 한 달 반 만에 겨우 자리를 잡나 싶었는데, 또다시 ‘전력 외 선수’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상대팀의 ‘친구들’과 망중한을 보내고 있으니, 한국 정서상 곱게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대화 상대였던 구톰슨과 로페즈가 올 시즌 8개 구단 용병들 가운데 최강으로 꼽히고 있으니 더 그랬다.

하지만 당장 바우어를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감독은 “구단 직원이 새 용병을 알아보러 간지 한참 됐지만, 마땅한 선수가 없다는 얘기만 들린다”면서 “미국도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 좋은 선수를 보내줄 리가 없다”고 했다.

비단 LG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화나 삼성처럼 일찌감치 용병 교체 방침을 정해놨던 구단들도 대체 선수가 없어 방출을 미뤄야 했던 형편이다.

놔두자니 용병 한 자리가 아깝고, 보내자니 마땅한 대안이 없는 LG. 부상당한 선발투수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광주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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